국내 상장사 10곳 중 7곳, 여성 사외이사 '全無'
국내 상장사 10곳 중 7곳, 여성 사외이사 '全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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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8월부터 여성 1명 이상 의무화···비중 20% 예상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국내 대기업 가운데 10곳 중 7곳은 여성 사외이사가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내년 8월부터 자산 2조 이상 대기업은 여성 사외이사를 1명 이상 두는 것이 의무화되면서, 여성 비중이 20%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는 국내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사외이사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 기업은 상장사 매출(개별 및 별도 재무제표 기준) 기준이고, 사외이사와 관련된 현황은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기준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100대 기업 사외이사 수는 441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여성은 35명으로 전체의 7.9%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또, 70개 기업은 여성 사외이사가 아예 전무했고, 나머지 30곳 중에서도 여성이 2명 이상 되는 곳은 4곳에 불과했다.

자료=유니코써치
자료=유니코써치

기업별로 보면, 지역난방공사의 여성 사외이사가 3명으로 전체(6명)의 절반을 점유했다. 삼성전자와 한국전력, S-Oil도 각각 2명씩 활약 중이다. 삼성전자와 S-Oil은 사외이사 6명 중 2명, 한국전력은 8명 중 2명의 여성이 포진됐다.

100대 기업 내 여성 사외이사 35명을 세부적으로 보면, 1960년대 출생자는 21명으로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1970~80년대 출생자는 9명(25.7%)로 뒤를 이었다. 교수 이력을 가진 학자 출신도 20명(57.1%)을 점유했다. 유니코써치 관계자는 "학자 출신의 교수들은 상대적으로 해당 분야 전문성이 높기 때문에 기업들이 선호하는 경향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기아차에서 사명을 바꾼 '기아'는 내달 주주총회에서 신규 승인할 조화순 사외이사가 1966년생으로 현재 연세대 교수로 활동 중이다. 현대모비스에서 새로 선임한 강진아 사외이사도 1967년생으로 서울대학교 협동과정 기술경영경제정책대학원 교수직을 맡고 있다. 현대차도 현재 카이스트 교수 타이틀을 가진 1974년생 이지윤 사외이사를 선임해둔 상태다. 

외국의 경우 여성 이사회 진출 비율이 높았다.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대기업 500개사로 구성된 S&P 500 지수에 들어가는 회사들의 여성 비율은 지난해 28%였고, 스웨덴(24.9%)과 영국(24.5%)도 20%대를 웃돌았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 유럽 선진국은 법률 등에 여성 이사 비율을 40%까지 확대했다. 독일도 3명 이상의 이사회를 가진 상장 회사의 경우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두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사회 멤버 중 30% 이상을 여성 몫으로 할당해놓은 셈이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사회 멤버 중 여성 비율을 높이는 분위기가 강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남성 중심의 이사회가 오랫동안 이어지다 보니 자발적으로 여성 사외이사를 확대한 기업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기업에서 미미했던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향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내년 8월부터 이사회에서 최소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두도록 의무화했기 떄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 150명 내외 수준의 여성들이 이사회로 진출하면서 100대 기업 기준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20% 수준이 될 것으로 유니코써치 측은 관측했다. 

김 대표는 "여성 사외이사의 증가는 기업의 지배구조인 거버넌스(Governance)를 투명하게 하고 이사회 조직 운영의 다양성(Diversity)을 강조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추기 위한 행보의 일환"이라며 "이에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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