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청문] "유족께 사죄·안전 약속"···고개숙인 9개사 CEO
[산재 청문] "유족께 사죄·안전 약속"···고개숙인 9개사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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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 환노위···최정우 포스크 회장 등 참석
건설, 택배, 제조업 분야 9개 기업 대표들이 증인으로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포함해 건설, 택배, 제조업 분야 9개 기업 대표들이 국회 환노위 증인으로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2일 건설·택배·제조업 분야에서 최근 2년간 산재가 자주 발생한 9개 기업에 대해 사상 첫 '산업재해 청문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비롯해 한성희 포스코건설, 한영석 현대중공업,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우무현 GS건설, 이원우 현대건설, 박근희 CJ대한통운,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최고경영자(CEO)가 증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산재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기업 차원의 예방책을 점검했으며 9개 기업 대표는 재차 고개를 숙이며 산재 사고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청문회 초반 여야 의원들의 질의는 당초 허리지병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던 최정우 회장에게 집중됐다.

첫 질의자로 나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염좌상은 주로 보험사기꾼이 제출하는 것"이라며 "염좌상 진단서를 내라고 한 사람은 증인의 친구라기보다는 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허리가 아파도 그렇게 힘든데 롤러에 압착돼 죽으면 얼마나 괴롭겠느냐"며 노동자 산재 사망 관련 질의를 시작했다.

국민의힘 간사로 청문회 개최를 주도했던 임의자 의원도 "손톱 밑에 가시만 들어가도 아프다고 아우성치는데 사망한 노동자들 보면 목이 메어서 말이 안 나온다"며 "이들에게 정중히 사과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호통을 쳤다.

최 회장은 '제철소의 노후화'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포스코 제철소의 경우 50년 이상 된 오래된 시설이 많아 이에 대한 요인과 관리감독의 부족이 산재의 원인"이라며 "유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리고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고개 숙여 사과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를 향한 질책도 이어졌다. 

한 대표는 산재 사고 원인과 대책을 묻는 무소속 박덕흠 의원의 질의에 "산업재해 사고가 일어나는 유형을 분석해 보니 안전하지 않은 작업자의 행동에 의해 잘 일어났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 장철민 의원은 "노동자의 불안전 행동 때문에 산재가 발생한다면 우리가 이런 청문회를 왜 하냐"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수진 의원도 "작업자들이 지침을 지키지 않는다는 식의 말씀을 하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 피해 가지 못하실 것 같다"고 경고했다.

성토가 이어지자 한 대표는 "불안전한 작업이 안 일어날 수 있도록 작업 표준을 바꾸고 비정형화돼 있는 작업을 정형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고개 숙였다.

외국인인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 대표와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도 자리에 섰다. 경북 칠곡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다 생을 마감한 고(故) 장덕준 씨 등 연이어 발생한 택배노동자의 죽음 등 열악환 노동환경 때문이다.

네이든 대표는 동시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저 역시 고인과 나이가 같은 딸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인의 부모님께서 얼마나 깊은 상처를 느끼셨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참석한 9개사 대표들은 추후 산재 재발 방지를 위해 현장 및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관련 자료등을 제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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