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분양가 심사제 개편, 누구를 위한 것인가
[기자수첩] 분양가 심사제 개편,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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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최근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 기준을 계량화하고, 가이드라인을 공개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심사를 진행해 신뢰를 회복하고 고착화된 분양가를 시세의 90% 수준까지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개선안은 HUG가 분양가격을 통제해 민간사업자의 주택공급 유인을 저해한다는 지적과 함께 심사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투명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 등에 따른 대안이다.

건설사들은 수백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사업비를 금융사로부터 조달받기 위해 반드시 분양보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보증 업무는 HUG에서 독점하고 있다. 분양가 심사도 보증 심사 업무의 일환이다. 정부는 이를 이용해 시세 대비 절반 수준의 분양가를 유지할 수 있었고, HUG는 사실상 분양가 통제기관으로 군림해왔다. 그간 '깜깜이 분양', '고무줄 분양' 등으로 수차례 지적받아온 탓에 업계는 이번 개편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이런 개편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분양가 심사제도를 향한 지적은 이미 해묵은 이슈거리 중 하나다. 주택사업자의 과도한 이익 창출을 방지한다고 해도 시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던 데다, 매매가 절반 수준의 분양가는 '로또 청약'으로 불리며 너도나도 청약시장으로 뛰어들게 만들었다. 수년째 같은 비판이 쏟아졌지만 HUG는 꿈쩍하지 않았다.

그러던 HUG가 2.4 공급대책이 발표된 지 일주일 만에 심사제도 개편에 나서겠다고 한다. 업계의 바램을 들어준 것이라기 보단 사실상 정부 필요에 따른 것이란 의견이 대다수다. 게다가 민간 시장에 보증 업무를 개방하라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에도 자체적으로 연구용역을 진행한 국토교통부는 분양보증 업무를 HUG 단독으로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업계 전문가들도 "정부가 분양가를 독점으로 통제하던 것과 관련해 아무런 설명도 없고, 그간의 비판에 대한 답변도 없이 시세를 반영하겠다고 한다"며 "어떤 의도로 진행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하고 있다.

결국 깜깜이 심사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선 '어떻게 심사했는가'를 투명하게 공개해야만 한다. 심사 기준이 시장원리에 공공성이 적절히 반영됐다면 정부도 숨길 이유가 없다. 25번의 부동산 대책으로 국민들 대다수가 부동산 현안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은 정부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더욱 솔직하고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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