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통장도 한도 축소···대출길 더 막힌다
마이너스 통장도 한도 축소···대출길 더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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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우리·카뱅, 잇따라 마통 한도↓
금융당국, 마통 '집중관리' 가능성도
한 고객이 은행 대출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한 고객이 은행 대출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급증하는 신용대출을 조이기 위해 줄지어 대출 창구를 닫는 은행들이 이번엔 마이너스통장(마통·한도거래 대출) 한도를 대폭 줄이고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계속되면서 마통으로 투자자들이 몰리자 한도 축소를 통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전 은행권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금융당국이 마통 대출 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다른 은행들도 조만한 마통 한도 축소 대열에 동참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3일부터 '엘리트론', '공무원 신용대출' 상품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으로 낮출 예정이다. 기존 상한액인 1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마통 한도 축소에 따라 신용대출 한도가 1억원으로 선정된 차주가 한도만큼 대출을 받으려면 마통 5000만원에다 일반 신용대출 5000만원을 받는 방식으로 돈을 융통해야 한다. 대출이 아예 막힌 건 아니지만, 돈을 끌어오기가 한층 까다로워진 셈이다. 실수요가 아닌 빚투 등에 마통이 무분별하게 동원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신한은행은 신용대출 심사 기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50%를 넘는 경우에만 본부 심사를 거쳤는데, 3일부터 40%를 넘으면 영업점 전결 대신 본부에서 심사한다. DSR은 모든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연간)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주요 시중은행이 마이너스통장의 한도를 낮추기로 한 것은 카카오뱅크와 우리은행에 이어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마통 한도를 기존 8000만∼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카카오뱅크도 같은 달 22일 마통 대출을 비롯한 고신용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 한도를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줄였다.

수협은행의 경우 지난달 직장인 대상 'Sh더드림신용대출' 상품 중 마통 신규 대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빚을 내서 주식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직장인이 규제의 핵심 타깃이 된 모양새다.

업계에선 이러한 조치가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높아지는 신용대출 문턱에 차주들이 마통 개설로 우회로를 찾고 있는 데다 마통이 원금 분할상환이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몰린 수요를 모두 감당하기 벅차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마통 증가세는 심상찮다. 지난달 말 개설된 마이너스통장 수만 총 4만3143개에 달하며, 마통 사용잔액은 작년 연말보다 1조2148억원 늘어 전체 신용대출의 70%를 차지했다. 5대 시중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1월 말 기준 135조2400억원이다.

은행권이 잇따라 신용대출 한도 축소에 들어가면서 아직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은행들도 마이너스통장 상한선을 새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국이 거듭 가계대출 관리 압박을 가하는 만큼, 은행 입장에선 제어가 어려운 주택담보대출 대신 마통 등 신용대출을 집중적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월별로 신용대출 증가치를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시중은행들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5∼8% 수준으로 제출했는데, 업계에선 당국이 증가율 목표를 5%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각에선 마통이 투자용 자금으로 쓰이는 사례가 많아, 당국이 집중 관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만약 마통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침이 정해진다면 은행권은 가이드라인에 따라 한도를 줄여나가야 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들어 신용대출이 녹록지 않아지면서 마통을 개설하려는 고객이 많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당국에서 아직 구체적인 언질을 주지는 않았지만, 마통 증가세를 관심 있게 들여다보는 걸로 안다. 가이드라인이 정해지면 마통을 뚫기가 더욱 어려워질 텐데, 이 경우 제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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