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용의 '승어부'와 SAMSUNG 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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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지 8일 만에 두 번째 옥중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사내망을 통해 임직원에게 "투자와 고용 창출이라는 기업 본분에 충실해야 하고 나아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다 앞선 첫 번째 메시지는 재판부 판결 이후 실효성 의혹이 불거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를 향했다. 이 부회장은 변호인을 통해 "준법위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며 "앞으로도 계속 본연의 역할을 다해 줄 것"을 부탁했다. 

삼성은 사법리스크로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서 2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형량 결정에 있어 주요 쟁점은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 여부였다. 

앞서 지난 2019년 10월 재판부가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겠다며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권고하자 이 부회장은 이듬해 2월 독립 감시기구인 준법위를 공식 출범시키고 준법경영 시스템을 강화해 나갔다. 나아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자녀들에게 경영권 승계를 하지 않을 것을 밝혔고, 51년 동안 이어온 '무노조 경영' 역시 폐지했다. 

그러나 판결 당시 재판부는 지난 1년여간 준법위 활동에 대해 "이 부회장과 삼성의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실효성 기준을 충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양형 조건으로 참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평가하고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해 2월 출범 당시부터 불거진 삼성 준법감시제도에 대한 진정성 논란은 결국 실효성에 대한 의문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파기환송심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자신의 '승어부(勝於父·아버지보다 나음)'가 "최고의 도덕성과 투명성을 갖춘 삼성을 만들어 모두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기업을 만드는 일"이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또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고도 약속했다.  

구속 이후 그가 전한 두 개의 메시지에서도 '뉴 삼성'으로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자신의 부재와 별개로 기업의 본분과 준법위 본연의 역할을 다 함으로써 '완전히' 새로운 삼성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당부다. 
 
삼성은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불린다. 재계 1위에서 나아가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성장한 삼성의 역사는 수많은 국내 기업의 이정표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당부대로, 삼성은 가야 할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삼성이 뉴 삼성으로 거듭나고 이 부회장이 승어부를 이룰 수 있는 '삼성의 가야 할 길'은 무엇일까. 그가 재판부를 향해, 그리고 준법위원과 임직원을 향해 그간 강조해온 모든 말 안에 그 해답이 있다.

이 부회장의 공언처럼 준법경영이 기업 내 뿌리 내려 최고의 도덕성과 투명성을 갖춘 삼성으로 거듭난다면 삼성은 또 하나의 유의미한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 진정성, 실효성 여부와는 별개로 변화의 바람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이번 재판 이후 자체적으로 컴플라이언스(준법경영 시스템)를 들여다보며 보완에 나서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거듭날 삼성이 준법경영 기틀을 마련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이 눈물로 호소한 '자신만의 승어부'를 비로소 이뤄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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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현 2021-01-30 12:23:01
이재용 부회장 청원 주소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95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