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남북한만의 종전선언 가능성
[홍승희 칼럼] 남북한만의 종전선언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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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최우방국이자 세계 최강국인 미국에서 바이든 정부가 정식 출범했다. 워낙 특이했던 트럼프 시절과 달리 적어도 바이든은 세계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절차를 밟아갈 것이라는 기대를 할 수 있게 됐다.

일단 현재 한국 민간선박과 선원들이 인질로 잡혀있는 이란과의 핵협정에 미국이 다시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세계기후협약에도 다시 참여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중국과의 관계는 전술적 변화가 있을지 몰라도 전략적으로는 트럼프시대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제까지 나온 발언 및 반응으로 점쳐진다.

이 모든 문제들도 다 한국 입장에서는 다 관련된 사안들이지만 그 보다 더 관심이 가는 일은 바이든 정부의 향후 한반도 정책이다. 미국의 전략적 방향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전술적으로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일단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식의 탑다운 방식을 부정해온 만큼 실무접촉부터 시작할 것이라는 점을 모두 인지하고 있다. 다만 북한 핵의 전면적 포기를 전제조건으로 출발하는 대신 북한의 핵실험 동결부터 순차적으로 풀어갈 조짐이 보여 진전 속도는 더디지만 해결을 향한 가시적 성과를 쌓아가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이미 남북한간 전면전이 멈춘 단계에서 휴전이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진 국면이 또 얼마나 더 이어질 것인지 한민족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성급하면 안 된다는 경계심을 놓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단지 미국의 세계전략적 판 위에서 남북한이 언제까지고 단지 장기 말로만 머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까지 미국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말은 동맹이지만 대등한 동맹 관계가 아니라 보호가 필요한 약소국일 뿐이었다. 이런 미국의 시각은 반대로 한국 내에서도 미국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비자주적 인식을 가진 역대 정권들을 낳았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그렇게 약한 국가도 아니고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입장에서 가해지는 횡포조차 당연하다는 듯 감수할 국민 여론도 더 이상 대세가 아니다. 미국도 한국에게 동맹으로서의 더많은 역할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동맹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도 한국의 국방은 보다 자주적 지위와 역할을 감당해야 할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 게다가 동북아 정세도 좀 더 주도적인 한국의 역할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환수도 필요하고 앞으로 전 세계를 무대로 삼아야 할 한국 국방력의 강화요구도 급해지고 있다. 그 못지않게 시급한 것은 지형적으로는 분단으로 인해 ‘섬’처럼 고립된 상황을 타개할 우리의 필요성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남과 북이 하나의 나라를 이루는 데는 여러 국제역학적인 조건들이 맞아떨어져야하기에 당장 우리의 욕망만으로 어찌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남북한 사이에 보다 적극적인 교류는 할 수 있는 한 서두르는 게 바람직하다. 그 과정에서 물론 미국과 국제사회의 이해와 협력이 긴요하다.

그렇다고 한민족의 문제를 통째로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한 걸음 뗄 수 있는 일로 여기면 끝내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길로 나아가기는 요원하다. 남과 북이 먼저 손을 잡고 해법을 찾아가며 미국을 비롯한 다른 우방들을 끌고 갈 지혜가 필요하다.

북한 입장에서는 미국만이 문제해결의 열쇠로 여기며 북미회담에 전력을 쏟고 있지만 실상 6.25 전쟁의 당사자는 남과 북이다. 종전협정을 맺든 평화협정을 체결하든 일단 남과 북이 주체가 되어 세계를 설득하겠다는 의지가 더 실효성을 가질 수도 있다.

북한은 스스로 휴전협정에 서명한 당사자이지만 한국은 아니다. 표면적으로나 이면에서나 어떤 사유가 있었든 당시 남한 정부는 휴전에 반대하며 협정서명을 하지 않았으니 이제라도 전쟁 당사국으로서 종전협정을 맺을 자격이 있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한 휴전협정에 무턱대고 얽매일 까닭은 없다. 그렇다고 현실적 환경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6.25 당시 미국의 무력에 기겁했던 북한은 여전히 미국의 불가침 약속이 긴요할 테고 남한 역시 미국의 동의가 현실적으로 꼭 필요하긴 하다.

그러나 국제관계 속에서 ‘명분’은 나름 힘이 있다. 전쟁 당사국으로서 남과 북이 종전선언을 하겠다는 것은 명분이 될 수 있다. 차후에 16개 회원국이 참전한 유엔의 동의를 구하는 형식적 절차를 거치면 종전은 되돌릴 수 없는 사실로 굳힐 수 있지 않을까.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는 파격이 정법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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