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노동자 안전 강구해야
[데스크 칼럼] 노동자 안전 강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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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거주지에 하자가 생겼다. 전문기술이 없는 거주자는 공사업체를 불러 수리했다. 수리 중 화재가 나 공사업체의 인명 사고가 났다. 의뢰인 거주자는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법률지식이 없는 피고인은 변호인을 고용했다. 그럼에도 재판에서 졌다. 감옥에 갈 중형이었다. 변호인이 감옥에 대신 가지 않는다. 피고인의 형이 확정돼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위 아래 설정의 공통점은 A라는 비전문가가 B 전문가에게 일을 맡겨 사고가 났을 경우 그 책임의 부담 주체가 상이해 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상식적으로만 본다면, 전자의 경우 업자가 사고를 냈는데 일을 의뢰한 거주자가 오히려 책임을 져야 한다면 억울해 할 수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논란이다. 기업 측은 과잉입법이라며 크게 우려한다. 전경련은 이 법의 5가지 문제점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국내 기업의 해외 이전’ 등 강도 높은 우려를 표시했다.

이 사안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처리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 법안으로 노동자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가 라는 점에 의문이 생겼다. 사업주 ‘처벌’에 방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기업은 내가 한 일도 아니고 근로자의 부주의로 인한 책임을 왜 져야 하느냐 주장하지만 기업과 여당, 정부 모두 본질인 산업안전 특히 노동자의 안전을 강구하는데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하루가 멀다 않고 노동자의 사망 소식이 전해질 때 안전 문제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고하게 노동자가 죽는 것처럼 안타깝고 희망을 잃게 하는 것이 없다. 노동자는 기업 근간의 현대 사회 중추이다. 노동자가 없으면 어떻게 경제와 사회 발전이 가능한가.

해당 법안 제정에 앞서 노동자 안전을 강구하는 일이 제대로 법안에 반영됐는지 따져볼 일이다. 처벌하면 사업주가 무서우니까 안전 대책을 강구하고 사고가 안나겠지 하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법안 제정보다는 원청이 하청을 이용해야만 하는 필요성, 하청을 했을 때 안전 의무 조치 사항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담았는지 살펴야 한다.

기업 측에서 주장하는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이 지켜야 할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포괄적이고 모호하게 제시해 현장 혼란만 가중한다”는 지적도 검증하고 따져봐야 한다.

기존 법 체계로는 원청이 하청에게 작업지시 등 관여하다 사고가 나면 원청도 책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전문하청업자에게 전적으로 맡겨놓는 경우가 있는데 사업자의 안전 의무조항시 기존 법체계와 상충하는 점은 없는지도 봐야한다.

원청과 하청의 구조적 문제도 잊어서는 안된다. 원청이 모든 것을 하고 소속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다하면 문제가 단순화되겠지만 원청이 하청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안전 자회사를 만들어 하면 하청 일자리 문제가 불거진다.

원청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임에도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니까 하청에 맡긴다면(소위 ‘위험의 외주화’) 안전 의무는 강화돼야 한다. 그렇다고 원청 스스로 하는 일이 많아진다면 하청 일감이 줄 테니 그것도 최선의 조치라 할 수도 없다.

이래저래 생각할 것이 많은 이슈다. 특히 중소기업까지 적용 대상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임시국회 본회의를 오는 8일 열기로 합의했다.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두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8일 처리될 전망이다. 합리적인 법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1994년 이후 통계가 제공되는 2016년까지 23년 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대한민국의 산재사망률은 21번이나 1위를 차지한 오명을 벗어나자. ‘노동자 안전’을 위한 관련 법 제정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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