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실적악화' 정유 빅4, 신용등급 '희비'···다른 속사정?
[초점] '실적악화' 정유 빅4, 신용등급 '희비'···다른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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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에쓰오일 한단계 하락···GS칼텍스·현대오일뱅크 '현상 유지'
재무적 안정성이 결정적 요인···신규사업·설비 투자 등 차입금 증가
"부진한 업황에 재무부담 확대 지속 전망···면밀한 모니터링 필요"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에쓰오일 울산공장 전경 (사진=에쓰오일)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정유업계가 사상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신용등급을 유지한 반면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은 한단계 하락했다.

3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정유업계 빅4 중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한기평에서는 현행 'AA+' 등급을 유지했지만 나머지 두 곳에서 모두 한 단계씩 낮아져 'AA'를 기록했다. 에쓰오일은 세 곳 모두에서 AA+ 등급이 AA로 조정됐다. GS칼텍스는 'AA+', 현대오일뱅크는 'AA-'로 현 등급을 유지했다.

두 곳만 등급이 하락하게 된 결정적 요인은 재무부담 문제였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배터리, 화학 등 신규사업 관련 대규모 자본적 지출(CAPEX)이 이어지면서 9월말 기준 순차입금이 11조원으로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등 정유 계열사들의 재고관련 손실, 정제마진·제품마진 약세 등 주력사업의 수익이 나빠지면서 SK이노베이션은 연결 기준 사상 최악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재무부담 증가로 이어졌다.

이들 정유 계열사들은 올해 유가 하락에 따른 운전자본 축소에도 설비 투자와 배당 증가 등으로 9월말 조정순차입금이 SK에너지 2조900억원, SK인천석유화학 1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차입금 의존도는 각각 32.8%, 49.3%를 기록했다. SK루브리컨츠도 올 들어 현금창출력 약화, 대규모 배당금(5000억원) 지급 등에 따라 9월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이 6511억원으로 늘었다.

에쓰오일 역시 수익성 저하와 함께 복합석유화학시설(RUC/ODC) 4조8000억원 투자, 평균 7000억원 규모의 배당, 지난해 리스부채 인식 등으로 조정순차입금이 2017년 말 1조3000억원에서 2019년 말 3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올 들어서도 대규모 적자 발생으로 9월말 약 4조원을 기록했다. 차입금 의존도는 47.3%나 됐다.

차입금 의존도는 높을수록 이자 상환 등 금융비용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낮아지며 기업의 재무안정성도 떨어진다.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9월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은 1조1000억원, 에쓰오일은 8900억원 규모다. 당장 갚긴 어려워 다시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신용등급이 하락해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GS칼텍스의 경우 이번에는 신용등급을 유지했으나 언제든 떨어질 수 있는 한계선에 닿아있다. GS칼텍스는 올레핀 복합분해설비(MFC)에 2조7000억원을 투자해 당분간은 차입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21년 설비가 상업가동을 시작하면 이익을 낼 수 있겠지만 코로나19 상황이 내년 이후까지 장기화한다면 신용등급 조정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는 다른 곳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2021년까지 총 2조7000억원 규모의 중질류분해설비(HPC) 관련 투자가 진행돼 순차입금이 9월말 연결기준 약 6조원으로 확대됐지만 설비가동률, 지역별 원재료 도입, 제품 생산 비중 조정 등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올해 2분기부터 빅4 중 유일하게 흑자 영업익을 기록하고 있다. 신평사들은 내년 HPC 신규 설비가 가동될 걸 고려하면 재무안정성이 유지될 것으로 분석했다.

정유업계는 올해 석유제품의 수요가 위축되고 원유 공급 과잉, 국제 유가 급락 등에 따라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채 한 해를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그 결과로 3분기 실적이 다소 회복했음에도 누적 4조4000억원 손실, 4분기까지 5조원 손실이 예측된다.

특히 코로나19의 백신·치료제 개발 소식으로 글로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변종 출현 등에 의한 재확산, 경기 하강 우려 등 불확실성이 존재해 정유업계의 수익성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정유를 비롯한 주요 산업의 업황 기조, 외부변화에 대한 영업·재무적 대응력, 현금창출력·재무부담 수준 등이 신용도의 핵심적인 변수"라며 "정유산업 전반의 부진한 업황 기조와 각 사별 재무부담 확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에도 정제마진, 유가, 석유·윤활류 제품 등 업황 추이, 주요 사업부문의 실적과 재무구조변화, 배터리·화학 등 신규 투자 관련 진행 상황 등을 면밀하게 모니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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