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결산/항공] '진퇴양난' 항공업계 지각변동 예고
[2020결산/항공] '진퇴양난' 항공업계 지각변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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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발권카운터. (사진=주진희 기자)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발권카운터. (사진=주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올 한해 항공업계는 진퇴양난(進退兩難)의 해를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월,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함에 따라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제선 여객노선이 대거 막혔다. 이는 대규모 적자를 불러왔고 무기한 휴직, 인력감축 등의 사태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이 가운데 국내 항공사 1위 대한항공이 2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함에 따라 항공시장의 지각변동도 본격화됐다.

◇항공여객, 23년만에 최저···자구안 '혈안'
29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항공협회가 주관하는 에어포탈에 따르면 지난 1~11월까지 국내항공사 8곳이 태운 여객 수는 총 3200만665명이다. 이 중 국제선 여객은 927만1205명으로, 전년 동기(5547만5050명) 대비 83.3% 급감했다. 국내선은 2273만5450명으로, 전년 동기(3021만7326명) 대비 24.8% 감소했다.

이로써 지난해 국내 공항여객은 1억2337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항공수요 통계를 취합하기 시작한 1997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저조한 운항수요의 영향은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고 항공사들은 타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자구안 찾기에 나섰다.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장거리 노선 네트워크를 활용한 '화물수송사업 확대'에 승부수를 던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긴급 방역 물량이 늘어나면서 항공 화물 운임이 상승하고 있는 점을 활용해 실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여객노선 중단으로 주기돼 있는 일부 여객기들의 좌석을 떼 화물 전용기로 만들어 공급량을 확대키도 했다. 대표적으로 대한항공은 보잉(Boeing)사의 B777-300ER를,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버스(AIRBUS)사의 A350-900을 개조해 미주노선 등에 투입했다.

실제로 양사는 2분기에는 영업이익 1000억원이 넘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고 3분기에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반면, 단거리 노선 네트워크에 치중돼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FSC만큼 화물사업 환경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 수익개선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해 국내선 확대에 초점을 뒀다. 주로 △국내 신규노선 확대 △면세점 쇼핑이 가능한 '무착륙 해외비행' 관광상품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기내식 출시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한정적인 국내노선에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티웨이항공, 플라이강원 등 LCC들이 과도하게 많았던 탓에 레드오션 내 저가 출혈경쟁으로 이어져 결국 3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더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관광비행에 대한 고객들의 예약취소건이 빗발치고 있어 다가오는 4분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는 코로나19 백신의 생산·보급이 본격화되면 여객수요도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 확진자가 8000만명을 넘어선 상황에다 영국에서 발병하고 있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어 코로나19 이전 수요로 회복하기까지는 앞으로 최소 2년~최대 5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 사태 속 유일하게 흑자를 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에도 고용유지지원금은 물론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정부의 도움이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항공 항공기(사진 왼쪽)와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각 사)
대한항공 항공기(사진 왼쪽)와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사진=각 사)

◇"뭉쳐야 산다"···구조재편 본격화
당초 업계에서는 국토 면적과 공항 및 노선 수에 비해 항공사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의견들이 지속 제기되면서 '항공사 통합 불가피'라는 전망이 다분했다. 그러다 올해 유례없던 코로나19가 터지면서 국내 항공산업의 역사를 새로 쓰는 변환점이 됐다는 평가다.

구조재편을 가장 먼저 예고했던 건 이스타항공이다. 당사는 지난해 B737-MAX 운항중단에 이어 일본 불매운동과 코로나19 등 갖가지 풍파를 겪으면서 파산에 이를 정도로 경영난이 악화됐다. 이에 제주항공은 지난 3월 '항공산업의 위기 극복 및 공급과잉 등 항공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는 판단 아래 이스타항공을 인수키로 결정했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도 기업결합 심사 6주만에 쾌속 승인하는 등 인수작업이 발빠르게 진행되면서 시장의 큰 관심을 불러킨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가 지속되면서 인수에 부담을 느낀 제주항공 측은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지난 7월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했던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했다.

이후 12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부채를 가지고 있던 아시아나항공도 매물로 나왔고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를 진행키로 하면서 항공업계의 지각변동이 다시 예고됐다. 그러나 이 또한 결렬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은 9월, 다시 채권단 하에 놓이게 됐다. 

그러다 대한항공이 지난달 16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하면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코로나19가 지속됨에 따라 생존을 위해서는 인수·합병(M&A)만이 답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에 계약금 3000억원을 납입하는 등 합병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이번 빅딜은 산은 등 정부가 직접 추진하는 데 의미가 있다. 양사가 통합되면 다양한 노선 네트워크는 물론 항공기 250여 대를 보유한 세계 10위권 항공사로 올라서 글로벌 초대형 항공사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이로써 1988년 아시아나항공이 창립한 이후 32년간 이어진 양강 체제에서 대한항공의 독주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 통합과 더불어 이들의 계열사인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3개 LCC들도 통합단계를 거친다. 업계 2위 진에어를 중심으로 통합이 완료되면 항공기 58대, 국내 점유율 50%에 육박하는 초대형 LCC로 탈바꿈 할 전망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남은 LCC들도 단계적 합병을 통한 '몸집 키우기'로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신생항공사(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3곳까지 출범시킨 정부로서 현 사태에 대해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FSC를 추진했던 것처럼 남은 LCC들끼리의 합병을 지원해준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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