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초 지주 계열사 CEO 인사 '시선집중'
'임기만료' 부행장 2명 계열사 이동 관측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이진희 기자] 하나은행이 성과 중심의 임원인사와 본점 조직을 슬림화하는 등의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내년 3월 김정태 회장을 비롯해 은행, 카드, 캐피털 등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의 임기가 끝나는 만큼, 이번 인사에서는 내년을 위한 '밑그림 그리기'에 무게가 실렸다는 평이다.
하나은행은 2명의 부행장을 선임했다. 5명의 부행장이 임기가 만료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3명은 유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관련 후진에게 길을 열어준 2명의 부행장은 내년 초 단행될 사장단 인사에서 계열사 대표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 더 지켜봐야 할 것같다.
이번 인사는 변동 폭이 작다 보니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국내은행 최초로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신설하고 외부에서 여성 전문 인력을 본부장으로 영입한 것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하나은행은 28일 이런 내용의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성과 중심 인사의 일환으로 박승오 여신그룹장과 박지환 CIB그룹장이 각각 전무에서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김기석 서초영업본부장은 중앙영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전무로 승진했고, 정민식 호남영업그룹장 겸 광주전남영업본부장도 전무에 올랐다.
부행장 가운데 안영근 중앙영업1그룹 부행장과 강성묵 중앙영업2그룹 부행장은 일단 임기가 만료된다. 그러나 내년 김정태 회장 임기만료 이전 실시될 계열사 사장단(CEO) 인사에서 두 부행장은 CEO 후보 물망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내년 초 임기가 만료되는 하나금융 계열사 CEO는 지성규 행장과 이진국 하나금투 대표, 장경훈 하나카드 대표, 윤규선 하나캐피탈 대표, 이창희 하나자산신탁 대표, 오화경 하나저축은행장, 유시완 하나금융티아이 대표, 김희석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 권영탁 핀크 대표,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 곽철승 하나에프앤아이 대표 등 11명이다. 안 부행장, 강 부행장 모두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영업1,2그룹에서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 데다 김 회장의 신임도 두텁다는 게 하나금융그룹 안팎의 관측이다.
기존 중앙영업1그룹과 2그룹은 통합돼 강남서초영업본부 그룹장인 이호성 부행장이 겸임한다. 부행장 자리는 기존 6개 그대로 유지된다.
또 전문성 보유 임원 발굴을 위해 이인영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장을 외부에서 영입했고, 영업 현장의 성과 우수 관리자 및 핵심역량 보유자를 발탁해 본부장으로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에 신설된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은 고객 입장에서 고객 자산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해 최적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지원한다.
기존에는 리스크관리그룹이 은행의 위험을 관리해 자산건전성을 유지하고 위험 대비 적정 수익률 확보를 관리했으나, 앞으로는 소비자의자산규모, 위험 선호도, 수익률을 감안해 고객이 최적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이인영 그룹장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시니어 변호사, SC제일은행 리테일금융 법무국 이사 등을 거쳤다.
하나은행이 소비자리스크관리그룹을 신설한 데 이어 하나금융그룹은 내년 3월 주주총회 때 정관 개정 작업을 통해 이사회 직속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를 신설해 그룹 전체의 소비자리스크 관리를 맡길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이번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전담 부서인 'ESG기획 섹션'도 신설해 ESG 경영체계를 강화했다. 앞으로 기업 활동 전 영역에 걸쳐 ESG 철학을 도입하려는 취지다.
이어 하나은행은 기존 18그룹, 1연구소, 19본부(단)를 15그룹, 1연구소, 17본부(단)으로 줄여 본점을 슬림화하는 골자의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또한, 하나은행은 업무 체계의 중심을 부서에서 팀(Unit) 중심으로 전환해 의사결정 단계를 '팀 리더-임원-CEO'로 간소화하는 조직 개편을 했다. 신속한 의사 결정과 다양한 아이디어 활용, 효율 중심의 수평적 조직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다. 부서장이 보유하던 전결권은 팀 리더에게 넘겼다.
하나은행 행장을 비롯한 하나금융그룹 핵심 계열사 CEO의 본격적인 자리 이동은 내년에 이뤄질 전망이다. 하나금융은 연말 임원인사 이후에 본부장 및 직원들 인사를 발표한다. 지주와 은행 등 주요 계열사 CEO의 연임이나 신규 선임 등은 내년 3월 주주총회 시즌에 맞춰 단행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인사는 '하나금융 수장' 자리에 모아져 있다. 내년 초 하나금융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본격 가동됨으로써 김 회장의 임기만료 한달 전쯤인 2월 중순경까지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안팎에서 차기 회장 하마평에 오른 인물은 함영주 부회장, 이진국 부회장 등이다. 김 회장이 평소 연임에 뜻이 없다는 것을 내비쳐온 점을 고려했을 때,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기틀을 잡은 함 부회장이 유력한 후보라는 게 업계의 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