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CEO 인사①] 진옥동·임영진·성대규 '2년'···후계경쟁 '시작됐다'
[신한금융 CEO 인사①] 진옥동·임영진·성대규 '2년'···후계경쟁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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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만료 계열사 CEO 14명 중 11명 유임
진옥동·임영진 2년 연임···지배구조 안정화
통합'신한라이프' 초대 대표에 성대규 낙점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 (사진=신한금융그룹)
(왼쪽부터)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 (사진=신한금융그룹)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김희정 우승민 기자]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진옥동 신한은행장을 후계자로 낙점하지 않은 것일까.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을 이례적으로 연임시키면서 '인사운용의 묘'가 돋보인다. 임 사장이 진 행장과 차기 신한금융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 구도를 형성할지, 진 행장의 회장 취임을 돕는 페이스 메이커에 그칠지 관심이 쏠린다.

신한금융은 17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연말 임기가 종료되는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14명 가운데 11명을 유임시켰다. 은행, 카드, 생명보험 등 핵심 자회사 CEO도 모두 유임됐다. 이번 사장단 인사는 코로나19 사태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위기극복과 디지털 전환을 통한 사업체질 개선이라는 당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다. 그러면서도 임원 인사에서는 젊은 세대를 대거 기용하는 등 '안정 속 혁신'을 꾀했다.

◇초유의 '코로나19' 사태···CEO 인사, 안정에 '방점'= 자경위는 불확실한 대외 환경 속에서 탄탄한 리스크관리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탁월한 성과를 냈던 자회사 CEO들을 대부분 연임시키면서 그룹 안정에 힘을 실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코로나19·저금리 장기화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우량자산 위주의 성장 전략으로 그룹 성과를 견인했다는 평가다. 또 고객중심 철학을 바탕으로 '같이성장 평가제도'를 도입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등 영업방식의 변화를 이끌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가속화와 함께 디지털혁신단 출범을 통해 은행업의 영역을 뛰어넘는 혁신사업을 추진한 성과를 인정받았다.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도 4연임에 성공하면서 그룹 내 지위를 공고히 했다. 임 사장은 코로나19, 빅테크 시장 진입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카드시장에서 선두자리를 지켰다.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 등 미래 핵심사업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며 DT를 주도하고 있다. 3분기 누적 디지털부문 수익도 4314억원으로 전년 대비 27.4% 늘었다. 임 사장은 그룹의 비은행 부문 성장과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주도할 적임자로 평가받아 연임됐다.

특히, 이날 자경위는 핵심 자회사 CEO인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에게 2년의 임기를 부여했다. 최초 임기 2년 후 1년 연임을 단행하는 관례를 깨고 이례적으로 2년을 부여하면서 경영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책임경영도 강화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CEO 임기를 통상 신규선임 2년, 연임 시 1년으로 운영할 경우 중장기 전략보다 단기 성과에 치중하게 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임기를 1~2년으로 탄력적 운영할 경우 CEO가 리더십을 발휘할 충분한 시간을 갖게 돼 자회사 CEO 중심의 책임경영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조 회장의 장고(長考)도 엿보인다. 그간 신한금융 내·외부에서는 진 행장이 위성호 전 행장 이후 기용되면서 차기 회장을 향한 레이스에서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주 내에서 가장 큰 영향을 차지하는 은행의 수장인 데다 경영성과 면에서도 손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 사장이 경영성과를 인정받아 CEO 자리를 지켜내면서 조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 자리를 놓고 진 행장과 맞대결이 성사됐다. 임 사장과 진 행장은 입행(1986년) 동기다. 나이로 따지면 임 사장이 1살 더 많고 신한은행 경영지원그룹을 거치면서 경영 전반을 두루 살핀 경력이 있다. 하지만 출세 등용문으로 일컬어지는 신한은행 오사카지점장, SBJ은행 부사장까지 오른 인물은 진 행장이다. 진 행장과 임 사장 중 누가 회장 바통을 이어 받을지가 향후 인사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최대 관심사였던 신한라이프 초대 수장에는 예상대로 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이 선임됐다. 이미 보험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직접 영입한 인물인 만큼 성 사장이 신한라이프 신임 사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란 관측이 기정사실화한 상황이었다. 신한라이프는 내년 7월 1일 출범한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내년 초부터 통합 CEO 내정자인 성 사장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원 펌(One Firm) 체계를 구축한다. 성 사장은 금융당국과 연구기관, 민간 생보사 CEO를 모두 경험한 보험업 전문가로 2019년 취임 이후 활발한 현장 소통과 강한 추진력으로 신한생명의 영업방식과 조직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의 통합 준비 과정에서도 보험사의 중장기적 발전 방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온 부분이 높은 점수를 얻어 신한라이프 수장에 낙점됐다.

올해 말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대표의 임기가 만료된 후에는 이영종 오렌지라이프 부사장(현 오렌지 뉴라이프추진실장)이 임시대표를 맡아 내년 6월까지 회사를 이끈다. 이 부사장은 과거 신한-조흥은행 통합 실무를 담당한 전략통(通)으로 꼽힌다. 두 회사간 이해관계 조정 등 통합 준비과정 전반을 지원하고 있어 성 사장과 함께 성공적인 통합을 추진할 파트너로 추천됐다.

기존 기업금융·리스 등 여신전문회사에서 투자·IB(투자은행) 기반의 종합금융회사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신한캐피탈에는 현재 그룹 IB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정운진 GIB사업그룹장이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추천됐다.

신한저축은행 CEO에는 이희수 신한은행 영업그룹장을 신규 선임했다. 이 후보자는 영업기회 발굴과 사업영역 확장에 특화된 경쟁력을 가진 인물로 지주 계열 저축은행 범위를 뛰어넘는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할 예정이다.

이날 추천된 인사들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작된다. 자경위에서 내정된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들은 각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자격요건 및 적합성 여부 등 검증을 거친 뒤 각 사 주주총회 및 이사회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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