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 신규대출 중단···'저신용자 대출절벽' 현실화되나
대부업, 신규대출 중단···'저신용자 대출절벽' 현실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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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최고금리 인하 여파···"자금조달 규제 완화 등 당근책 필요"
사진=한국대부금융협회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법정 최고금리 인하의 부작용으로 제기됐던 '저신용자 대출절벽'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금리인하 직격탄을 맞을 대부업체들은 벌써부터 상품 취급을 축소하며 '대출 고삐 죄기'에 나섰다. 정부가 정책자금으로 대부업 위축에 따른 공백을 메운다지만, 당장 급전이 필요한 이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16일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신용대출금리를 공시하는 회원사 20곳 중 3곳이 중개사를 통한 추가·재대출을 10건 이하로 집행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3곳 외에도 1곳은 사실상 신규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 새 고객을 확보하기보다는 기존에 나갔던 돈을 회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회원사가 협회에 대출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의무사항이 아닌 만큼, 대출 창구를 걸어 잠근 업체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론 이미 소형 업체는 물론이고, 대형 업체마저도 '저신용자 취급축소'가 본격화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대부업체들이 대출금 회수에 몰두하기 시작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금융위원회의 자료를 보면 대부업체의 대출잔액은 2018년 말 17조3487억원에서 2019년 말 15조9190억원으로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대부업 거래자 수 역시 2018년 221만명에서 지난해 177만명으로 감소세가 뚜렷하다.

대부업계가 대출에 있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원인으로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꼽힌다. 대부업체는 저축은행이나 여전사에서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최고이자율이 낮아질수록 수익성이 떨어져 대출 기피 현상이 생긴다는 것.

2014년 말부터 꾸준히 늘어나던 대부업 대출잔액이 처음으로 감소한 시점도 법정 최고금리가 연 27.9%에서 24%로 낮아진 2018년 2월 이후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24%로 최고이자율이 낮아진 후부터 업권 붕괴가 시작됐다"며 "업계에서 빅5 안에 드는 업체들도 버티다 못해 작년부터 신규 대출을 내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낮추기로 하면서 대부업 시장이 더욱 축소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대부업 시장 위축이 저신용자들을 불법 사금융 쪽으로 내모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식의 관측은 섣부르지만, 대부업의 주 고객인 저신용자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모양새다.

노지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최고 이자율 인하로 대부회사에서 감내 가능한 대손비용 규모가 감소해 저신용자 고객 폭이 축소됐다"면서 "최고이자율 인하가 시행된 이후 대부회사들이 대부업을 철수하거나, 사업 및 대출 포트폴리오 전환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에선 저신용·저소득자 대출이 급작스럽게 막히는 일이 없도록 '당근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자금조달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그간 대부업체들은 자금조달 금리를 낮추면 대출금리도 낮아질 수 있다며 당국에 자금조달 규제 완화를 수년간 요청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법정 최고금리가 낮아진다면 한계치에 달한 대부업체들이 영업을 아예 안 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렇게 되면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사에서도 밀려난 저신용자들은 백만원 단위의 급전도 빌리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당국도 서민들이 불법 사금융에 노출될 것을 우려해 자금조달 규제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규제가 완화된다면 최고이자율 인하가 저신용자들을 되레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조금이나마 해소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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