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인당 평균 연봉 상위 10곳 중 5곳은 증권사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국내 주요 300대 기업이 임원에게 지급한 보수가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에 비해 4.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임원과 직원을 막론하고 1인당 보수가 가장 높은 곳은 메리츠증권이고, 증권업종은 직원 1인당 평균 보수가 높은 상위 10곳 중 5곳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업체 유니코써치는 국내 주요 300대 기업의 최근 2년간 3분기 인건비 및 평균 보수 변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조사 대상 기업군은 15개 업종별 매출 상위 20곳씩 총 300개 상장사이고, 각 년도별 3분기(1~9월)까지 지급한 인건비 현황 기준이다.
임원은 미등기 기준, CEO를 포함한 사내·외 등기이사는 제외됐다.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 보수는 금융감독원 정기보고서에 명시된 임직원 전체 인건비에서 임원에게 지급한 금액과 인원을 뺀 금액으로 별도 계산했다.
결과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300대 기업에서 임원과 직원에게 지출한 인건비는 총 55조783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55조3676억원)과 비교해 344억원 감소했다. 이 가운데 임원 보수는 2조2338만원으로 1112억원 늘어난 반면, 직원 인건비는 53조5493만원으로 1957억원 줄었다.
올 3분기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5496만원으로, 전년보다 0.6%(36만원) 증가에 그쳤지만, 임원의 경우, 2억4189만원에서 2억5894만원으로 1705만원(7%) 늘었다. 이에 따라 임원과 직원 간 임금 격차는 지난해 3분기 4.43배에서 4.71배로 더욱 벌어졌다.
올 3분기 기준, 임원 평균 보수가 가장 높은 기업은 메리츠증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사는 3분기 보고서 기준, 미등기 임원 수는 38명인데, 이들에게 지급한 인건비는 319억원이었다. 1인당 평균 보수로 8억4210억원을 받는 셈이다. 조사 대상 300곳 중 가장 많다.
엔씨소프트(6억5020만원)와 삼성전자(5억6990만원)가 5억원이 넘었고, △SK하이닉스(4억8270만원) △포스코케미칼(4억7790만원) △LG생활건강(4억7200만원) △SK테레콤(4억5560만원) △포스코(4억5100만원) △GS건설(4억3670만원) △LG전자(4억3060만원) 순으로 임원 평균 보수가 높았다.
부장급 이하 일반 직원 평균 보수가 가장 높은 곳 역시 메리츠증권이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의 직원 평균 보수는 1억 1970만 원으로 1억 원을 넘겼다. 삼성증권(9490만원)과 NH투자증권(9430만원), SK텔레콤(9060만원)도 1억원에 육박했다.
다음으로 미래에셋대우(8930만 원)와 코리안리(8540만 원), 유안타증권(8340만 원), 카카오(8200만 원), 롯데정밀화학(7940만 원), S-Oil(7890만 원) 등 순이었는데, 상위 10곳 가운데 5곳이 증권사가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임직원에게 지급한 총 인건비 금액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가장 높은 곳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올 3분기, 7조4332억원의 인건비를 지출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6조7871억원)보다 6561억원(9.5%) 늘렸다. LG화학(1조3639)과 포스코(1조2982억원)도 인건비가 각각 459억원, 376억원 증가했다.
다만, 인건비 규모가 큰 상위 10곳 중 7곳은 인건비를 줄인 것으로 파악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조6200억원이던 임금 규모를 올해 1조9542억원으로 25.4%(6658억원) 줄였다. 대한항공과 LG디스플레이, 케이티 등의 인건비도 각각 2591억원(21.2%), 1513억(9.7%), 551억원(3.8%) 감소했다.
이들 기업에서 인건비가 줄어든 것은 고용 인원과 연광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 인원이 감소하면서 인건비 규모도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실제, 조사 대상 300대 기업의 작년 3분기 직원 숫자는 98만 4409명이었는데 올해는 97만 4450명으로 불과 1년 만에 9959명이나 회사를 떠났다. 같은 기간 '기업의 꽃'인 임원도 8775명에서 8627명으로 148명 급감했다.
김혜양 유니코써치 대표는 "통상적으로 기업은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 고용 인원을 줄이고 인건비를 절감해 위기를 극복 하려는 경향이 짙다"며 "올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전자를 필두로 한 IT와 증권 업종 등은 오히려 인건비를 늘렸지만, 유통, 운수 업종 등은 고용 인원과 인건비를 줄여 위기를 극복하려는 흐름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업종 간 임원과 직원에게 돌아가는 임금에 대한 빛과 그림자도 더욱 선명하게 갈렸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