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팬데믹, 연결, 공생
[김무종의 세상보기] 팬데믹, 연결, 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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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든 생각. 코로나19가 앞으로 수년간 더 지속되고 인터넷과 같은 온라인 연결 수단마저 끊긴다면 우린 생존할 수 있을까.

# 올해 개봉한 ‘살아있다’ 영화를 보면 한국영화에서 으레 등장하는 좀비 영화 같지만 ‘연결’이 끊긴다는 점에서 생각을 갖게 했다. 지금은 인터넷 등 연결이 유지되고 있어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앞으로 연결마저 끊긴다면 상상하기 조차 힘든 무서움이 엄습했다. 봉쇄와 폐쇄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식품 구입마저 단절되는 세상이 오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아찔하면서 디지털 연결의 고마움을 느낀다.

영화의 두 주인공(유아인과 박신혜)은 연결이 부재한 상황에서도 인간 간 관계성에 의존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 지의류(地衣類)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세계적으로 분포하지만 단어 자체는 생소하다. 전 세계적으로 2만∼3만여 종이 분포하고 있으며, 국내에는 700∼800여 종이 자생하고 있다. 석이 버섯도 지의류의 일종이라고 한다.

지의류를 직역하면 땅(지구)을 옷처럼 덮은 유형. 오래된 담벼락이 이끼 같은 녹색을 띠고 있다면 지의류가 그곳을 덮고 있는 것이다.

지의류는 버섯도 이끼도 아니지만 살아있다. 하나의 단일한 생물이 아니라 ‘곰팡이’와 녹색 청남색의 ‘조류’가 만나 공동생활을 한다. 그래서 ‘공생생물’이라고 한다. 곰팡이가 추위나 더위, 가뭄에 견딜 수 있는 보호막 역할을 하고 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만들어 곰팡이에 제공해 서로 공생 관계가 된다.

척박한 환경에 살아남기 위한 얼마나 놀라운 관계인가. 지의류는 남극에서도 산다. 또 우주공간에 19개월을 방치한 뒤 분석한 결과 가장 강인한 생물은 지의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의류는 저탄소 시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탄소동화작용(Carbon dioxide assimilation)을 통해 미세먼지의 유기물·무기물, 유해물질을 분해해 대기를 정화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서다. 지의류는 환경에 민감해 0.03ppm 이상의 아황산가스의 농도에서는 살지 못하는데 사라졌다 다시 서울시에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보도블록 틈이나 표면에서 볼 수 있는 이끼 같은 것이 그것이다.

남극에서 자라는 은이끼는 결빙방지단백질이 없으면서도 생존을 이어간다. 세포 한 겹으로 추위에 매우 약한데 어쩐 일일까. 이 역시 공생에 답이 있다. 호냉성 미생물이 분비한 결빙방지단백질을 표면에 축적해 혹한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

코로나로 인해 어려운 계층은 더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이 시대 초대형 난제인 양극화 해결은 더 멀어졌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을 때 김용범 기획재정부 차관이 신중론을 언급한 것이 괜한 것은 아닐 터다.

이수역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팻말을 놓고 수개월간 구걸 생활을 했는데 실제 그 어머니는 부패했을 정도로 사망한 지 오래다. 방배동 모자의 비극이다. 참혹하다 못해 인간으로서 자괴감이 들 정도다.

여기저기 우리에게 경종들이 들리기 시작한다. 촉을 세우고 코로나 시대에 더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대로 지속된다면 현재 난 괜찮다고 과연 미래에도 안전할 수 있을까. 영화 '살아있다'의 달려드는 좀비가 다시 떠오른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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