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 조이니 저축은행行···중금리대출 비중 '급증'
은행 대출 조이니 저축은행行···중금리대출 비중 '급증'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위 5개사, 대출 비중 1년 새 13%p↑···시중은행과 '온도차'
"총량 규제에 不포함, 수익성·안정성 꾀할 수 있어"
한 고객이 은행 대출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한 고객이 은행 대출 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저축은행 업계가 중금리 대출 비중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저축은행들이 그 틈을 타고 중금리 대출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산규모 상위 5개사(SBI·OK·한국투자·페퍼·웰컴저축은행)의 전체 여신 대비 중금리 대출(가중평균금리 연 16% 이하) 비중은 지난 10월 말 기준 평균 43.58%로 집계됐다. 1년 전(30.22%)과 비교해 13%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5대 시중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 신용대출 중 중금리대출(연 4~10%) 비중이 지난해(19.12%) 대비 반토막 난 평균 10.78%를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양상이다.

저축은행 업계에서 중금리 대출 규모는 대형사를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SBI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판매 비중은 47.83%였으며, OK저축은행과 페퍼저축은행이 취급하는 비중 역시 각각 18.96%, 48.34%를 기록, 전월보다 일제히 상승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영업전략이 크게 엇갈린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중금리 대출 비중을 줄여나가자 중금리 대출 이용 고객을 늘리려는 저축은행 업계에 풍선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집계한 3분기 말 현재 저축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29조5913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조8267억원 늘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큰 증가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경우 중금리 대출 이용고객인 소상공인 등을 위한 정책금융 상품이 많이 공급되기도 했지만,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중금리 대출 취급에 소극적인 측면도 있다"면서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중·저신용자의 발길이 저축은행으로 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 입장에서 이런 풍선효과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금리 대출은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비교적 이익이 적지만, 취급량을 늘릴수록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중금리 대출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중·저신용자가 주고객인 저축은행은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꾀할 수 있는 상품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미 주요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신규로 내주는 대출에서 중금리 대출 비중이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대출을 마음대로 늘릴 수 없는 대출 총량규제에 중금리 대출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도 중금리 대출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려는 저축은행이 적지 않은 이유다. 금융당국은 고금리 대출의 비중을 낮춰 중·저 신용자의 금융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2018년 10월부터 제2금융권의 중금리 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는 등 중금리 대출 활성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시중은행이 취급하는 중금리 대출 비중이 줄어들면서 저축은행들이 영업하는데 좋은 환경이 됐다"면서 "시장 수요가 커지면서 규모의 경제 효과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어, 중금리 대출이 총량규제 대상에 포함되기 전에 중점적으로 영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