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의 쌀 '수소'···정부 '2050 탄소중립' 판깔자 대기업들 투자 가속
미래산업의 쌀 '수소'···정부 '2050 탄소중립' 판깔자 대기업들 투자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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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수소 사업추진단' 신설···"2025년까지 순자산가치 30조 창출"
현대차, 2030년까지 R&D 투자 7조6천억, 수소차 年 50만대 생산
한화·두산·효성 등 투자 확대···'철 만드는' 포스코까지 최근 가세
전문가들 "수소경제, 신성장 동력·미래 먹거리 발굴 기회 될 것"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상용화한 현대차그룹은 수소 사회를 선도하기 위해 트럭, 선박, 철도, 미래 이동수단까지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클린 모빌리티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은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수소 사회 비전을 담은 이미지. (사진=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수소 사회 비전을 담은 이미지 (사진= 현대차그룹)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수소산업 생태계 참여를 잇달아 발표하면서 시장이 급성장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을 계기로 대기업들의 참여는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이른바 '산업의 쌀'이 철에서 반도체를 거쳐 수소로 진화해 가면서 수소경쟁력이 곧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9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SK이노베이션·SK E& 등 관계사 전문인력 20여명으로 구성된 수소 사업 전담조직인 '수소 사업추진단'을 신설하고 수소 생산부터 유통, 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특히 SK E&S가 직수입하는 LNG를 활용해 25만톤 규모의 '블루수소'를 생산하고, 장기적으로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사업을 추진해 친환경 수소 공급체계를 완성하기로 했다.

선제적인 시장 참여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 진출 등 글로벌 수소 시장 공략에도 나설 예정이다.

SK그룹은 이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30조원 수준의 순자산가치(NAV)를 창출할 수 있을 걸로 전망했다.

수소산업 생태계는 아직 걸음마 단계 수준이다. 운송·충전 등 인프라가 부족해 수소차량 등 수요가 늘지 않았고, 수요가 없다보니 새로운 투자도 제 때 이뤄지지 않던 상황이었다.

실제로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9월말 기준 국내 수소전기차 보급규모는 9494대로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2019년말 기준 2368만대)의 0.04%에 불과하다. 특히 충전소는 전국 51곳 뿐이다.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가 운영되고 있지만 석탄·LNG 등 화력발전의 보조 역할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과 함께 대기업들의 수소경제 생태계 참여가 맞물리면서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 7월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 대회'를 통해 그린뉴딜을 선언했다. 최근에는 화석연료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주요 에너지 공급원으로 확대하고 온실가스 순배출(배출량-흡수량)을 0으로 감축하는 내용의 '2050 탄소중립 실현 추진전략'을 내놨다.

전략에는 수송 부문에서 버스, 택시, 화물차 등 상용차를 중심으로 전기·수소 등 친환경차 전환을 지원하고, 공공부지와 주유소 등을 활용해 전국에 도심·거점별 수소충전소 2000여곳을 구축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 나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석유화학 대체 산업으로 '화이트바이오' 산업을 키우고 탄소중립의 핵심 연료인 그린수소 활용을 2050년까지 8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기술혁신·상용화에 주력하기로 했다.

정부가 판을 깔아주자 대기업들의 생태계 참여도 가속화하고 있다.

수소 생태계의 가장 선두에 있는 현대차는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관련 설비 확대에만 총 7조6000억원을 투입한다. 현대차는 집중 투자를 통해 연간 수소전기차 5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제철에서 연간 3만여톤의 수소를 생산하고 현대글로비스가 튜브트레일러를 통해 수도권과 충청권의 수소충전소에 실어나르는 수소 공급·유통에도 참여한다.

또 연료전지 시스템을 차량 이외 선박과 열차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LS일렉트릭과 손잡고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활용한 발전설비를 개발하는 업무협약도 맺었다.

재생에너지를 수소로 변환해 저장하는 실증사업도 시작됐다.

한화솔루션은 지난 3일 강원도, 한국가스기술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1488㎡(약 450평) 부지에 연간 290톤 규모의 수소를 생산하는 시설을 구축한다. 강원도 풍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물에 흘려보내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수전해' 방식으로 '그린수소'를 생산하게 된다. 2023년 하반기 상업운전을 목표로 총 300억원이 투입된다.

두산중공업도 제주도에서 풍력발전을 활용해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한다. 2022년 12월까지 약 200억원이 투입되며 수소의 생산·압축·저장 등 수소플랜트 전체의 통합 설계와 감리, 에너지관리시스템(EMS) 개발 등을 맡게 된다.

재생에너지는 해가 떴을 때나 바람이 불 때 등 띄엄띄엄 발전이 이뤄지기 때문에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전력 저장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반적으로는 대용량 배터리로 구성된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저장하게 되지만 이들 기업은 수소로 변환해 활용하기로 했다. 생산된 수소는 충전소로 옮겨져 지역 수소버스·트럭·승용차 등 에너지원으로 공급된다.

수소의 단점으로 지목돼 온 폭발 위험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탄소섬유를 활용해 저장탱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기술은 철에 비해 10배의 강도, 7배의 탄성을 지니고 있어 수소 저장탱크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효성은 또 글로벌 화학기업 린데와 함께 3000억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울산에 액화수소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최근에는 포스코도 수소경제에 발을 들였다.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부생수소를 정제해 충전소나 수소연료전지 발전소 등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달 중 이사회에 보고하고 사업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최근 전체 회의에서 "그린 수소 생산과 수입처를 찾아보라"고 지시한 바 있다. 또 지난달 열린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 회의 개회사에서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 상황"이라며 "친환경 산업인 수소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경래·한상원·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소는 장점도 많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은 에너지원"이라며 "그럼에도 최근 전 세계에서 수소 경제가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차나 연료전지 등 경쟁력있는 미래 유망품목을 육성하고 관련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해 신성장 동력을 키우고 산업구조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며 "수소경제를 통해 자동차·선박 등 전통 주력산업들의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신사업을 개척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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