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소" vs "유지"···당국-은행권, 배당 절충점 찾기 '골머리'
"축소" vs "유지"···당국-은행권, 배당 절충점 찾기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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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은행별 논의 거쳐 내년 초 '배당 축소안' 도출 방침
(왼쪽부터)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연말 배당 시즌이 다가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은행권과 결산 배당 축소 방안을 두고 협의에 착수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권에 배당 축소 압박을 가하는데 대해 업계의 반발이 커지는 형국이다. 금융당국이 절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지주사들과 결산 배당 축소 방안을 두고 협의에 착수한 금융감독원은 이달까지 각 은행별로 논의를 마무리하고 내년 초에는 '배당 축소안'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은행(금융지주)이 예년보다 배당을 줄여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월 코로나19 위기대응 총괄회의에서 은행권에 주주 배당과 임직원 성과급 지급을 자제할 것을 우회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염두에 둔 '방향 지시등'이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미래 대비 차원에서 예년보다는 배당을 줄여야 한다는 원칙을 두고 은행권으로부터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고 했다. 당장 은행 실적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불확실성이 걷힐 때까지는 배당에서 소극적으로 갔으면 좋겠다는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반면 금융지주사들은 역대 최고 수준의 이익을 거둔 점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의 배당 축소 압박에 대해 난감한 입장이다. 

지난해 금융지주사들의 배당성향은 KB금융 26%(2210억원), 신한금융 25%(1850억원), 하나금융 25.6%(2100억원) 우리금융 26.6%(700억원) 수준이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중 배당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역대 최고의 수익을 거두면서 여력이 높아졌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올 3분기 누적 순이익 각각 2조9502억원과 2조8779억원을 기록하며 금융권 최초로 분기별 1조원대 수익을 거뒀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각각 2조1061억원과 1조4608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2%와 4.8% 증가했다. 우리금융만 1조1404억원으로 전년보다 줄었다.

이처럼 이익이 증가하면 연말 배당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감도 커진다. 특히 연말이 되면 금융주가 고배당주로 부각되면서 통상적으로 매수세가 크게 유입된다. 배당수익률이 5% 이상일 경우 고배당주로 분류되는데, 지난해 배당금 기준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배당수익률은 모두 5%를 상회했다. 0%대를 기록하고 있는 기준금리를 감안한다면 5%의 수익률을 기대할수 있는 금융주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최근 개인 주주들 역시 금융사를 향한 금융당국의 배당축소 압박에 대해 '관치'라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주식 카페 등에서는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금융사들에게 배당을 축소하라는 것은 주주환원 기조에 역행한다' 등의 취지의 게시물이 여러건 올라가 있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금융주 연말 배당 축소를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에는 배당축소를 강요하는 것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금융지주사들은 떨어진 주가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연말 배당 필요성이 크다는 입장이다. 올해 금융지주사들은 호실적에도 연초보다 주가가 3~30% 가량 떨어진 상태다. 최근 연말 배당 기대감으로 소폭 상승하던 금융지주사 주가는 금융당국의 ‘배당 축소령’으로 다시 하락하는 분위기다. 

이처럼 국내 은행지주사 및 은행들은 올해 경영실적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양호한 점, 배당 제한 시 주가 하락으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는 점 등을 들어 배당 제한에 반대 목소리를 낼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결국 금감원은 절충안을 찾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이라기 보다는 시장의 반발을 줄이는데 급급한 모습이다. 

우선 한시적으로 은행 배당성향을 낮췄다가 코로나19 여파가 사그라지면 다시 배당을 늘리는 방향이다. 또 하나는 코로나19 시나리오별 은행의 손실흡수능력 등을 평가하는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통해 배당 축소에 대한 객관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두 방안 모두 결과적으로는 올해 배당을 축소하는 쪽이라는 점에서 주주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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