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디엘'로 재탄생하는 대림산업···기업분할 순항할까
[초점] '디엘'로 재탄생하는 대림산업···기업분할 순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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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가족' 건설·석유화학 부문 인적·물적분할行
4일 임시 주총 앞두고 글로벌 자문사·국민연금 찬성표
대림산업 전경. (사진=서울파이낸스DB)
대림산업 전경.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대림산업이 내년 지주사 전환을 통해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경기 사이클이 다른 건설·석유화학의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던 문제를 해결해 주주가치를 증대시키겠다는 것으로, 임시 주주총회 직전 국민연금의 찬성표까지 얻어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 분할이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이란 해석과 함께 내부에서는 구조조정 불안 등이 야기되면서 실질적인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림산업은 오는 4일 임시 주총을 열고 기업분할 안건 표결에 나선다. 기업분할안이 임시 주총의 승인을 얻으면 대림산업은 인적·물적분할을 통해 내년 1월1일부터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다. 분할 방식은 대림산업을 먼저 지주사 디엘과 건설사업의 디엘이엔씨로 나누는 인적 분할을 진행한 뒤, 디엘에서 석유화학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디엘케미칼을 신설하는 방식이다. 디엘과 디엘이앤씨의 분할 비율은 44대 56이며, 디엘은 디엘케미칼의 주식을 100% 보유하게 된다. 디엘과 디엘이앤씨는 상장사로 남는다.

지주사 전환은 현재 순항 중이다. 기업분할을 결정할 임시 주총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지난달 분할 안건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힌 데 이어 국민연금 역시 찬성표를 던지기로 했다. ISS와 같은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은 외국인 투자자 의결권 행사에 큰 영향력을 미친다. 대림산업의 지분에서 외국인 투자자 비중은 36.5%에 달하고, 국민연금 역시 13.04%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어 분할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할 가능성이 커졌다.

대림산업은 그동안 경기 사이클이 다른 건설과 석유화학 부문을 한 회사에서 영위하다 보니 사업별 투자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는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에 대림그룹은 건설·석유화학을 각각의 회사로 분할해 개별 성장전략에 맞는 투자와 독립적인 기업 성장을 도모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제고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또 이를 통해 투자자들의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편한세상', '아크로' 등의 주거브랜드를 앞세워 온 건설은 이익 성장을 발판으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해 생산성을 향상하고, 디벨로퍼 중심의 '토탈솔루션' 사업자로 성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석유화학에선 지난 3월 의료용 소재 전문업체 카리플레스를 약 5800억원에 인수하는 등 향후 2조~3조원의 신규 투자를 통해 '글로벌 톱20 석유회사'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도 밝혔다. 더불어 지주회사 중심의 투명한 기업지배구조도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런 결정이 실질적인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번 기업분할은 이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이해욱 회장은 지주사 격인 대림코퍼레이션의 지분을 52.3%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그룹 자금 운용의 핵심인 대림산업의 지분을 대림코퍼레이션에서 21.67% 보유하는 데 그쳤지만, 외국인 투자자 및 국민연금 등의 외부 지분이 53%에 달해 언제든 경영권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인적분할이 마무리되면 대림코퍼레이션에서 디엘과 디엘이앤씨 지분을 21.67%씩 보유하게 된다. 이 회장이 디엘이앤씨의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업계에서는 향후 유상증자를 통해 현물출자 및 교환 방식을 통해 디엘이앤씨 지배력을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외에도 같은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는 비상장사 대림코퍼레이션과 상장사 디엘을 향후 하나의 지주사로 합병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회사 내부에서는 고용안정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물적분할을 시작으로 건설부문과 대림건설을 합병할 수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회사가 인원 정리에 나설 수 있고 대규모 구조조정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 100여명이 넘는 임직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회사와 협상하기 위한 교섭 진행 절차를 밟고 있다.

대림산업은 이런 우려들에 대해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구조조정 우려와 관련해 "모두 과도한 걱정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들로 합병에 관해 의논한 바도 없고, 실제 정황으로 볼 수 있는 과정도 없었다"라며 "상충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고 목표하는 시장도 다르다"라고 답했다. 이어 "대림코퍼레이션과 디엘 간 합병도 실제 진행 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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