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브랜드] 팔도 '도시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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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출시된 국내 첫 사각 용기면···러시아서 '국민라면' 대접
팔도 '도시락' 라면(사진=팔도)
팔도 '도시락' (사진=팔도)

[서울파이낸스 천경은 기자] 1986년 4월 출시된 팔도 '도시락'은 우리나라 첫 사각 용기면이다. 도시락이 30년 넘게 꾸준히 팔리면서 장수 브랜드로 자리 잡은 이유도 사각 용기면이란 정체성을 지켜온 덕분이다. 팔도는 "사발과 컵 모양만 있던 시장에서 일대 혁신으로 평가 받으며 모양에서부터 이름까지 어린 시절 추억을 재현해 인기를 끌었다"고 소개했다.  

팔도 설명을 종합하면, 1980년대 들어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늘고 전기온수기 보급률이 높아지자 용기면 시장이 커졌다. 야외에서도 뜨거운 물을 부어서 쉽게 익혀 먹을 수 있는 용기면의 편리함에 소비자들은 큰 호응을 보냈다. 

용기면 성장세에 맞춰 라면 업계에 '용기 다변화' 경쟁이 벌어졌고, 용기가 여러 가지 모양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런 흐름에 기폭제 구실을 한 게 팔도 도시락이다. 국내 처음으로 사각 용기가 적용된 도시락은 바닥이 넓적해 안전성이 뛰어났다. 

도시락 출시 당시 사각 용기 모델은 당대 최고 개그맨 심형래가 맡았다. 이후 중견 여배우 태현실을 거쳐 2007년부터 일반주부 모델로 바뀌었다.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열었던 주부모델 선발대회는 500여명이 몰리며 화제가 됐다.

2013년 팔도는 급식 시장과 도시락 전문점 확대 추세를 맞춰 사각 용기 디자인을 깔끔하게 바꾸면서 주부모델을 뺐다. 2016년엔 도시락 출시 30주년을 맞아 초창기 용기의 상징인 '엄마'와 기업 이미지(CI)를 되살렸다. '특별했던 1988 추억의 그 맛으로 돌아왔다 전해라!'는 문구를 새긴 한정판도 선보였다.

팔도 도시락은 30여개 나라로 수출되며 식품한류의 대표 주자 중 하나로 꼽힌다. 러시아에선 '국민 라면' 대접을 받는다. 현지 소비자들 입맛을 사로잡으며 높은 시장 점유율을 지키고 있어서다. 

야외에서 도시락을 먹고있는 러시아인들 (사진=팔도)
러시아인들이 야외에서 도시락을 먹고있다. (사진=팔도)

도시락은 1991년 12월부터 러시아에 수출되고 있다. 부산항에 정박했던 러시아 배 선원들이 도시락을 맛보고 반한 덕분에 수출이 성사됐다. 첫 수출물량은 2만1000상자였다. 

도시락의 러시아 수출 초기 실적은 보잘 것 없었다. 하지만 부산항을 드나들던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에 의해 입소문이 퍼지며 수출 실적이 가파른 오름세로 돌아섰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입성한 팔도 도시락은 러시아 선원들이 쓰던 휴대용 수프 용기와 모양이 비슷한 사각 용기면으로 현지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사각 용기는 흔들리는 배와 기차 안에서 먹기 편했고, 칼칼한 맛은 러시아 전통 수프와 비슷했다. 

특히 도시락은 시베리아 지방의 추위를 달래줄 수 있는 먹거리로 알려져 인기를 끌었다. 1994년 들어선 공식 수출뿐 아니라, 부산을 드나드는 러시아 보따리 상인들이 가져가는 물량까지 많이 늘었다. 

팔도는 러시아에 힘을 쏟기로 마음먹고 1997년 블라디보스토크에 사업소를 열었는데, 바로 암초를 만났다. 극심한 재정난에 빠진 러시아가 1998년 지급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하면서, 현지 사업 환경이 나빠졌다. 러시아 진출 기업들이 앞 다퉈 발을 뺐지만 팔도는 남기로 결정했다. 투자 초기여서 매몰 비용이 적었기 때문이다. 

러시아 잔류는 팔도 입장에서 '신의 한수'가 됐다. 러시아 정부로부터 '믿음'을 얻었고, 블라디보스토크를 넘어 시베리아, 우랄까지 시장을 넓혔다. 게다가 러시아 소비자들에게 팔도가 '의리를 지킨 기업'이란 인상을 심어줬다. 

팔도는 2005년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라멘스코예시 9만9174㎡(3만평) 부지에 용기면 3개 생산 라인과 봉지면 1개 생산 라인을 갖춘 현지법인 '코야'를 세웠다. 2010년엔 리잔시에 두 번째 현지 공장을 준공했다. 

러시아 내 도시락 매출은 2010년 이후 매년 10% 이상씩 늘고 있다. 2014년엔 라면 업계 최초로 러시아 국가 상업협회가 주관하는 '올해의 제품상'에 뽑혔다. 올해의 제품상은 러시아 전역에서 소비자들의 설문조사를 거쳐 가려낸다. 2018년 러시아 내 매출 100억루블을 넘어선 도시락의 2019년까지 누적판매량은 54억개에 이른다. 일부 러시아인들은 라면이란 식품을 '도시락'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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