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과로' 현실로···"10명 중 9명, 하루 근무 10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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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CJ대한통운 등 주요 4곳 감독 및 업무여건 실태조사
롯데택배기사가 배송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롯데택배기사가 배송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택배기사 10명 중 9명이 추석연휴와 같이 택배 물량이 급증하는 성수기 기준 하루 근무시간이 10시간을 넘는다는 정부 조사결과가 나왔다. 비성수기일때도 주중 쉬는 날이 하루도 안되는 경우가 태반이며 식사 시간은 30분도 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0월 21일부터 24일간 실시한 이 같은 내용의 '산업안전보건감독 및 업무여건 실태조사'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이는 최근 택배기사 10여 명이 연이어 사망함에 따라 '과로'가 이슈로 떠오른 데 따른 것이다. 

◇ '안전 조치 위반' 터미널·대리점 수두룩
고용부는 대리점주의 안전보건조치 및 안전보건교육 이행 여부와 택배사의 서브터미널 내 컨베이어 등 시설에 관한 안전보건조치를 중심으로 감독을 진행했다. 

감독 대상은 물동량 기준 상위 4개 택배사 소속 서브터미널 44개소(전체의 약 10%)와 협력업체 40개소, 서브터미널과 연계된 대리점 430개소였다.

고용부는 택배사 서브 터미널에서 컨베이어 방호 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등 안전보건 조치 의무 위반 126건을 적발해 사법 처리했고 관리감독자 업무 미이행·정기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등으로 과태료 6600만원을 부과했다. 협력업체의 경우 근골격계부담작업에 대한 정기 유해요인조사 미실시 등 안전보건조치 위반으로 6건을 사법처리하고, 안전보건교육 및 건강진단 미실시로 과태료 1억3900만원을 부과했다. 대리점은 430개소 가운데 3곳에 대해 법 위반사항 5건을 사법처리하고, 208개 대리점에 대해 과태료 2억600만원을 부과했다.

고용부는 택배기사의 뇌심혈관사망 등을 예방하기 위한 직무 스트레스 관리와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유해요인조사 및 유해성 주지 등에 대해서도 중점적으로 시정 지시했다.

◇ 10명 중 9명, 주 6일 근무 일상···성수기엔 하루도 못쉬어
고용부는 CJ대한통운 등 주요 택배사 4곳 소속의 택배기사 1862명을 대상으로 업무시간 및 배송물량, 건강관리 등에 대한 온라인 실태조사도 실시했다.

그 결과, 성수기 기준 택배기사의 하루 근무시간이 14시간 이상이라는 응답이 41.6%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도 12∼14시간은 34.7%, 10~12시간은 16.6%로 나타났다. 비성수기에도 하루 근무시간은 12∼14시간(42.3%), 10∼12시간(28.6%), 14시간 이상(17.6%) 순이었다.

성수기 주당 근무 일수는 6일(84.9%), 7일(12.4%)로 조사됐다. 비성수기에도 주당 근무 일수는 6일(95.2%)이 대부분이었다. 이는 주 6일제가 기본 근무 형태라는 게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택배기사의 하루 배송 물량은 성수기에는 350∼400개(20.5%)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비성수기에는 250∼300개(24.2%)라는 응답이 많았다. 성수기 배송 물량이 급증할 경우 야간 근무 등을 통해 본인이 모두 배송한다는 응답(77.7%)이 대부분이었고 대체인력 고용은 19.4%에 불과했다.

하루 택배 분류작업 시간은 5시간 이상이라는 응답이 성수기(62.6%)와 비성수기(44.3%)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택배 분류작업이란 배송을 시작하기 전 첫 번째 단계로,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세부구역별, 택배기사별로 분류하는 작업을 말한다. 이 작업은 택배기사 과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특히 택배 분류작업을 하는 별도 인력이 있는 경우는 22.0%에 그쳤고 이 경우도 비용은 택배기사 본인 부담(44.6%)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택배기사 수입에서 해당 인력비를 내줘야한다는 얘기다.

◇식사시간 30분도 안돼···배송지연 시 불이익
택배기사의 휴게 여건도 매우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택배기사의 점심 식사 등 하루 휴게시간은 30분 미만이라는 응답이 88.8%를 차지했다. 업무 중 점심 식사 횟수는 주 1일 이하(41.2%)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2∼3일(28.1%)이 뒤를 이었다. 점심 식사 장소는 주로 업무용 차량(39.5%), 편의점(23.3%), 식당(11.9%), 서브 터미널(9.8%) 순이었다.

업무 중 교통사고나 충돌 등 사고에도 진료 또는 검사를 받지 못한 이유로는 '시간부족(30.9%)'이 가장 높았고 대체인력 없음(11.5%)이 뒤를 이었다. 택배 배송이 지연되면 평점 관리 등으로 다음 계약 때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 이 응답률은 37.0%에 달했다. 이어 배송 관할 구역 재배치(21.0%), 손해배상(13.0%), 배송 수수료 삭감(4.7%) 순이었다.

어울러 고용부는 이달 중 택배업계·한국통합물류협회·전국대리점연합회 등과 간담회를 개최해 이번 감독 결과를 택배업계에 알리고 택배종사자 안전 및 건강보호 필요성을 업계에 환기시킬 계획이다. 더해 적절한 사후관리가 이루어지도록 산업안전보건법령 개정에 이어 '택배산업 내 불공정 관행 특별제보기간을 운영(12.1.~12.31.)'하는 등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실표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박영만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이번 감독 결과, 택배기사를 포함한 택배업 종사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미흡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향후 택배업 종사자가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업계에 대한 지도를 지속하고, 법령 개정 등 제도 개선 및 지원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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