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빅5', 대손費 따라 '실적 희비' 갈렸다
저축은행 '빅5', 대손費 따라 '실적 희비'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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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I·OK·페퍼, 이자수익에 당기순이익↑
한국투자·웰컴, 대손상각비 증가로 이익 '뚝'
서울 시내 저축은행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저축은행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올해 3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대형 저축은행들이 '희비 쌍곡선'을 그렸다. SBI·OK·페퍼저축은행은 이자수익에 힘입어 당기순이익이 증가한 반면, 한국투자·웰컴저축은행은 전년보다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 각기 다른 생존전략을 취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1일 각사 경영공시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자산규모 상위 5개사(SBI·OK·한국투자·페퍼·웰컴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36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309억원)과 견줘 4.3% 증가한 수치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동기(473억원)보다 27.9% 증가한 60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순이익이 증가한 배경은 이자수익이다. 이자 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10억원(2.1%) 줄어든 반면, 이자수익은 493억원(24.1%) 늘어나면서 코로나19 속에서도 순익을 끌어올렸다. 총자산은 업계에서 처음으로 10조8087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8조4110억원)에 비해서 28.51%나 증가한 것이다.

OK저축은행 당기순이익은 318억원으로 작년(292억원)보다 8.9% 늘었으며, 총자산은 7조6505억원으로 전년보다 3587억원 뛰었다. 98억원의 순익을 끌어올린 페퍼저축은행의 경우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71.9% 증가했다. 총자산은 1년 새 6147억원 늘어난 3조9317억원이다. 이들 저축은행도 대부분 이자수익이 순이익 증가를 견인했다. 코로나 사태로 대출 수요가 늘면서 이자비용보다 대출금 이자를 포함한 이자수익의 규모가 더 컸다.

이와 달리 한국투자저축은행과 웰컴저축은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당기순이익이 줄었다. SBI·OK·페퍼저축은행이 당기순이익을 지켜낸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144억원, 웰컴저축은행은 2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면서 지난해 동기 대비 29%씩 감소했다. 두 곳 모두 이자수익을 포함한 영업수익이 늘었으나,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대손비용이 늘면서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 1년 전에는 -71억원으로 잡혔던 대손상각비가 올 3분기에는 50억원을 기록했다. 웰컴저축은행은 247억원으로 같은 기간 126억원 증가했다. 이들의 자산은 각각 4조651억원, 3조4945억원이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충당금을 설정하는 비율은 줄었지만, 부실화될 것을 우려해 금액을 지난해보다 좀 더 늘린 영향"이라며 "지난해보다 대손상각비 등 영업비용이 늘면서 순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주요 저축은행의 자산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건전성 관리다. 일각에선 당장 내년에 가시화될 잠재리스크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3분기에 당기순이익을 끌어올린 저축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에 따른 각종 유예·완화 조치, 대출 증가 등으로 당분간 성적표에 찍히는 숫자는 양호할 테지만, 향후 어느 정도의 부담으로 다가올지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내년부터는 코로나19 여파가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충당금을 더 쌓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취약차주가 많은 탓에 부실의 규모도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법정 최고금리 인하라는 악재에다 부실이 지표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선 곳도 눈에 띈다. 일부 저축은행은 신규 대출보다 건전성을 관리하는 데 공을 들이는 중이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대출 수요가 많이 늘었다지만, 그렇다고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진 않고 있다"며 "오히려 더 신중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 내부에서도 시장을 보수적으로 바라보고 있어, 리스크 관리에 더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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