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업계, 달라진 연말 풍경···고금리 특판 '실종'
저축은행 업계, 달라진 연말 풍경···고금리 특판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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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장기화로 수신액 여유
"수신 확보 통로도 다양해져"
서울 시내 저축은행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저축은행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저축은행업계에서 연말마다 등장했던 고금리 특별판매 상품이 올해는 감감무소식이다. 특판 없이도 저금리로 투자할 곳을 잃은 돈들이 저축은행으로 모여들고 있는 만큼, 굳이 높은 금리를 주며 고객을 유치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SBI·OK·페퍼·웰컴·JT친애저축은행 등 주요 저축은행들은 연말 정기예금 특판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몇몇 중소형 저축은행을 제외하곤 대다수의 저축은행이 "아직 특판상품을 출시할 계획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2년 전만 해도 앞다퉈 연말 특판에 나섰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통상 저축은행은 매년 연말이 되면 경쟁적으로 특판 상품을 통해 자금 유치에 힘써왔다. 예·적금 만기에 앞서 유동성 규제 비율을 맞추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특판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시중은행과의 금리 격차가 커지고 있어, 수신 확보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이날 기준 1.88%(12개월)로, 시중은행 평균보다 1%포인트(p)가량 높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연말 특판을 하는 목적은 유동성 비율과 예대율(예수금 대비 전체 대출금 비율) 수준을 조정하기 위함인데, 워낙 저금리이다 보니 업계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며 "굳이 특판에 나설 이유가 없어졌다"고 답했다.

최근 들어 수신 확보 통로가 다양해졌다는 점도 특판이 자취를 감춘 이유다. 그중에서도 퇴직연금이 대표적이다. 2018년 11월부터 높은 금리를 경쟁력 삼아 퇴직연금 상품을 판매한 저축은행은 현재 퇴직연금 예·적금 잔액만 10조원을 넘어섰다. 2년여 만에 이룬 성과다.

일반 정기예금과 달리 퇴직연금은 상품을 내놓기만 하면 판매·관리는 제휴사가 맡을 뿐 아니라 가입도 비교적 길게 유지된다. 상품을 보유한 저축은행으로선 퇴직연금이 그야말로 '효자 상품'이라는 평가다.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미 수신을 많이 확보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상상인저축은행의 경우 지난 7월 종합 디지털금융 플랫폼 '뱅뱅뱅' 출시 기념으로 선보인 특판 상품 '뱅뱅뱅 777 정기적금'을 통해 한달 만에 예적금 360억원을 유치한 바 있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모바일 앱이 활성화되면서 금리에 민감한 젊은 층 고객이 많이 유입됐다"며 "특히 퇴직연금을 출시한 후부터는 알아서 몰리는 자금 덕에 연말 특판의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앞으로도 저축은행의 연말 특판을 보기 힘들어질 수 있다고 관측한다. 이처럼 업계가 선제적으로 예대율 관리에 나선다면 연말 특판 경쟁이 불필요해질 것이란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저축은행 예금으로 이동하는 '머니무브'가 이뤄지다 보니 연말 특판이 없어지는 것"이라면서 "예수금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특판을 통한 자금 조달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점점 줄어드는 추세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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