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연합 반발에 "대응 계획 없다" 일축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합병에 따른)가격 인상은 물론 구조조정 계획도 없을 것"이라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떠오른 독과점 우려를 일축했다.
조 회장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에서 진행된 32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선친인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 대신 공로패를 받은 후 기자들과 만나 "절대로 고객 편의 (저하), 가격 인상 이런 것은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저비용항공사(LCC) 계열사 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LCC도 같은 생각"이라며 "가장 효율적이고 경쟁력 높일 수 있는 방법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통합 이후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인수합병에 따른)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며 "모든 직원을 품고 가족으로 맞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국내 항공사 1위와 2위의 통합으로, 자산만 40조원인 전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라는 재탄생에 기대를 거는 동시 중복 인력에 따른 인위적인 감축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인 점까지 고려하면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에 조 회장은 "현재까지 양사 노선 등 사업 규모로 생각했을 때 중복 인력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노선, 사업 확장 등 확장성을 생각하면 (중복 인력을) 충분히 활용 가능해 기회가 많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더해 고용불안을 이유로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하는 양사 노동조합과의 협의안에 대해서는 "지금 저희 노조하고는 얘기할 수 있겠지만 상대쪽(아시아나항공 노조)과는 얘기할 단계가 아니지만 최대한 빨리 (양사 노조를) 만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고 답했다. 통합 이후 직원들의 연봉에 대해서는 "아직 그것까지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오랜기간 대립해온 3자연합(KGC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하며 법적대응을 예고한 것에 대해 "(대응)계획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KDB산업은행(이하 산은)등 정부 지원이 특혜라는 비판이 있다'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산은에서 먼저 의향을 물어봤을 때 할 수 있다고 말했고 여러 차례 만나고 오랜 기간 이야기하면서 진행이 됐다"고 답했다. 대한민국 항공업에 보탬이 돼야겠다는 사명에 인수를 결정한 것이라는 게 조 회장의 입장이다.
이번 인수의 경우 산은이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자하고, 한진칼은 이를 통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 아시아나항공 주식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렇게 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가 되고, 산은은 대한항공 모기업 한진칼의 지분 10.66%를 보유하는 주요 주주로 올라선다. 때문에 산은이 3자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조 회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조 회장과 산은은 전날 7개 의무조항이 담긴 투자합의서를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한진칼은 산은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 및 감사위원회 위원 등 선임, 중요 조항 위반 시 5000억원의 위약금 부담, 윤리경영위원회 설치 및 운영 책임 등이다. 특히 산은은 경영 성과가 저조할 경우 경영진 해임을 진행할 수 있는 '강수'를 뒀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산은에서 경영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계약이 끝나지 않아 (구체적) 내용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나 제가 맞춰야 하는 기준들도 있다"고 부연했다.
12조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 부채 상환을 위해 추가 자산 매각 등의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그런 계획은 아직 없다"고 답했다.
이 밖에 조 회장은 '가족간 갈등을 해소할 여지가 있냐'는 질문에는 "(가족 갈등 해결은) 앞으로 계속 (풀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가족 협조가 있어서 (인수가) 가능했고, 선대가 도와줘서 이렇게 되지 않았나 혼자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한미재계회의 위원장으로서 양국 우호 증진에 기여한 고 조 선대회장의 공로패 전달식이 진행됐다. 공로패를 대신 받은 조 회장은 "한국과 미국의 재계를 대표하는 기구인 한미재계회의에서 선친의 공로를 인정해 감사하다"며 "선친이 생전 힘쓰고 기여한 것을 잘 기억해서 계승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