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금융당국, 은행 신용대출 옥죄기···'영끌' 잡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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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부터 신용대출 규제 강화···'막차' 수요 몰려
"규제 시행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 완화될 것"
KB국민은행 여의도 영업점에서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한 시중은행 영업점 창구 (사진=KB국민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고소득자에 대한 신용대출 규제 시행을 2주 앞두고 '막차'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은행권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번 대책이 실제 가계대출 급증세 진정에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차주의 상환능력을 현미경 심사해 실제 대출가능 금액 자체를 줄이는 만큼 가장 강력한 대출규제로 여겨진다. 이 강력한 대출규제를 중심으로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시스템 전환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17일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에 따르면 전날인 16일 실행된 신용대출 신규취급액은 29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전인 지난 9일 신용대출 신규취급액 1615억원 대비 81.8%(1331억원) 증가한 규모다. 연소득 8000만원 초과 고소득자에 대한 신용대출 규제 강화 방안이 발표된 지난 13일 이후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보통 신용대출은 신청하고 심사를 받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기 때문에 지난 주말에 나온 신용대출은 규제 발표 이전에 신청됐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규제 영향을 받았는지 보려면 어제자 수치를 보는 게 더 맞다"라며 "해당 수치를 봤을 때 저번주 대비해서 이번주 대출이 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도 "비대면으로도 많이 들어오고 있고 대책 이후에 소위 말하는 '막차를 탄다'는 표현이 맞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연소득 8000만원 초과 고소득자가 은행에서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총량)을 받을 경우 차주별 DSR 40%(비은행권 60%)가 적용되는 내용의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는 규제 시행 이후 신용대출 총량 1억원 초과 차주가 1년 내 규제지역 내 주택을 구입할 경우 해당 신용대출을 회수하는 방안도 담겼다. 규제는 오는 30일부터 시행된다. 아울러 내년 1분기 중 △금융사별 DSR를 차주별 DSR로 단계적 전환 △주택담보대출 적용 규제 DTI(총부채상환비율)→DSR 대체 등의 '가계부채 관리 선진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가계부채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최근 3년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 증가폭은 OECD 2위를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대출이 급증한 것도 있지만 한국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추가 규제를 통해 리스크 관리에 나설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우선 이달 말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규제가 시행되면 실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출 총량도 줄어들 전망이다. 예컨대 연소득이 8000만원이면서 주담대 2억원(금리 3.0%·만기 20년)과 신용대출 1억원(금리 3.5%)을 보유한 경우 보통 1억2000만원의 추가 신용대출이 가능했지만 DSR 40%가 적용되면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 금액은 1900만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대출 가능 금액 자체가 대폭 줄어드는 데 따른 패닉 심리에 막차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막차 수요에 따른 대출 급증 현상도 오는 30일 이후부터는 진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 은행권도 늘어나는 가계부채 급증세가 다음달부터 한풀 꺾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앞으로 주담대를 보유했다면 추가로 신용대출을 신청할 때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장 실수요가 아닌 투자 목적의 고액 신용대출의 경우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의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래 연소득의 2.7~3배까지 가능했던 신용대출을 지난 9월부터 자체적으로 1.5배 이내로 줄이긴 했었는데, DSR로 아예 한도를 줄였기 때문에 보통 주담대 있으신 분들은 이제 더 대출받는 게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어떤 구멍이 있을지 살펴봐야겠지만 시행 직후 대출 증가폭 자체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과도한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은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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