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체·중소형 저축銀 줄도산 우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체·중소형 저축銀 줄도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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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사만 생존···저신용자 제도권서 밀려날 것"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정 최고금리 인하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법정 최고금리 인하방안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내년 하반기 중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내려가면서 제2금융권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일각에서는 중소형 저축은행과 대다수의 대부업체가 시장에서 사라지고 대형 업체만 살아남는 업계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저(低)신용자들의 자금 융통이 더욱 힘들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자 경감의 효과보단 깐깐해진 대출 심사 탓에 아예 대출길이 막히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6일 금융위원회는 당정 협의를 통해 내년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24%에서 20%로 낮추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8년 2월 최고이자율을 27.9%에서 24%로 낮춘 지 약 3년 만에 추가로 인하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연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208만명이 매년 약 4800억원에 달하는 이자 부담을 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1만여명은 민간금융 이용이 축소되겠으나, 취약차주에 무조건 고금리의 대출 공급을 늘리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란 설명이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 결정에 대부업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법정 최고금리를 20%로 낮추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데다 이미 정치권에서 관련 법안이 여럿 발의됐기 때문이다.

당장은 업계 재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이자율이 24%로 낮아졌을 때도 신규 대출 중단이 속출했던 대부업체는 존폐 위기에 빠졌다.

대부분의 중소형 대부업체들이 시장에서 사라지는 것은 물론, 대형 업체의 생존도 장담하기 어려워졌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 올 2분기 기준 대부금융협회 회원사 26곳 중 11곳이 사실상 신규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대부업체의 평균 대출금리가 22~23% 정도인데, 20%까지 내려간다면 신규 대출이 나가기 힘들다"며 "당초 대부업법은 지하경제의 양성화가 대전제였다. 이젠 양성화된 업체가 다시 음성화될 뿐만 아니라, 내년 하반기부터 사업을 접는다는 업체도 속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쉽고 간편하게 소액대출을 받을 수 있음을 안내하는 사금융. (사진=서울파이낸스)
쉽고 간편하게 소액대출을 받을 수 있음을 안내하는 사금융. (사진=서울파이낸스)

저축은행 업계 전망도 어둡다. 특히 가계신용대출 부문에서 타격이 예상된다. 대부업계보단 사정이 낫다지만, 현재 신용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34개의 저축은행 가운데 19개 저축은행이 연 20%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을 집행하고 있다.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 웰컴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도 신용등급 8등급 이상인 차주들에는 20% 초과 금리를 적용 중이다. 이들 업체는 내년 하반기부터 연 20% 초과 금리로 대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수익성 악화와 함께 고객 수 감소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형사들은 단기적으로 타격을 입겠지만, 중금리 대출을 늘렸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문제없을 것"이라며 "다만 소형 저축은행들은 사정이 다르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는 시점에는 줄도산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답했다.

문제는 업계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일부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수익성 악화로 영업을 중단하거나 대출 심사를 빡빡하게 진행할 경우, 신용이 낮은 차주들은 개인 간 거래 등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제도권 금융 밖으로 밀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얘기다.

이에 정부도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병행키로 했다. 햇살론 등 신용자 대상 정책서민금융상품 공급을 확대하고, 취약·연체 차주에 대한 채무조정·신용회복 지원을 강화한다. 민간금융 이용이 어려워진 차주를 구제하기 위해 연간 2700억원 이상 정책서민금융 공급도 확대한다. 저신용 서민 대상 신용대출 공급 모범업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향 또한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대안마저도 부작용을 완충하는 데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정부가 책정한 지원 규모가 대출 기회를 박탈당하는 저신용자를 모두 감당하기 벅찰 공산이 크다는 게 그 이유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대부금융시장에선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될 경우 57만명의 대출 초과 수요가 발생한다"며 "금리가 대출 수요자의 신용도, 공급자의 자금 조달 비용을 감안한 상호작용으로 결정되는 만큼, 시장원리가 작용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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