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6일 산경장회의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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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인수의향서 제출 예정···3자연합·직원들 반발 분위기
세계 10위권 항공사 탄생 가능성···자산 40조·항공기 250대
한진그룹 전경. (사진=한진그룹)
한진그룹 전경. (사진=한진그룹)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대한항공을 보유한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가 다음주 공식화될 전망이다. 인수가 공식화되고 성사될 경우 자산 40조 규모의 세계 10위권 매머드급 항공사가 탄생하게 된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막대한 부채와 KDB 산업은행(이하 산은)의 개입에 대한 주주 등 내부반발이 거세 인수가 성사되기까지 상당한 진통과 함께 적지 않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오는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이하 산경장)를 열어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리에서는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도 이날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를 논의한 뒤 추후 아시아나항공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산은 등 채권단이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최소 1조원 이상의 인수 자금을 지원해 한진칼이 금호산업 보유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사들이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지게 되면 국제 여객 수송 인원수 기준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로 올라서게 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간한 '세계 항공 운송 통계 2020'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여객 RPK(항공편당 유상승객 수에 비행거리를 곱한 것) 기준 세계 항공사 순위에서 대한항공은 18위, 아시아나항공은 32위를 차지했다.

국제 화물 수송량 순위에서는 대한항공(5위)과 아시아나항공(23위)을 합치면 캐세이 퍼시픽을 제치고 3위를 차지할 수 있다. 보유 항공기 또한 249대(대한항공 164대, 아시아나항공 79대)가 되면서 에어프랑스(220여 대), 루프트한자(280여 대) 등 글로벌 상위권 항공사들과 몸집이 비슷해진다.

이번 '빅딜'과 관련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속에서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에 부담이 컸던 채권단과 3자연합(KCGI,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간 경영권 분쟁 속 우군 확보가 시급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처한 상황이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난 4월 채권단으로부터 지원받은 1조7000억원을 모두 소진했으며 9월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부터 지원받기로 한 2조 4000억원 가운데 3000억원가량 또한 이미 가져다 쓴 상황이다. 대한항공도 1조2000억원을 지원받은 바 있다. 때문에 채권단 입장에서는 업계 1,2위를 하나로 합쳐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혈세낭비 등 모든 부분에서 최선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내부적으로는 겹치는 노선을 정리하거나 정비부분을 일원화하는 등의 구조조정에 관한 얘기가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조 회장 입장에서도 산은의 지원을 통해 경영난을 해소함과 동시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일 수 있다. 더해 경영권 분쟁에서 대립관계인 3자연합(지분율 46.7%)에게 조 회장(41.1%)이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 산은의 우군 역할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전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다양한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정부로서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진=아시아나항공)

다만, 코로나19가 언제 잠식될 지 모르는 항공업계의 상황을 감안할때 아시아나항공의 막대한 부채를 떠안는 것은 불확실성 타격이 너무 크다. 직원들과 경영권 분쟁을 하고 있는 3자연합의 반대가 심해 인수작업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올해 2분기 기준 2291%에 달하고 부채 규모는 12조원이 넘는다. 대한항공도 코로나 직격탄에도 불구하고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국제선 운항제동으로 매출액과 영업익 모두 급감하고 있어 '빅딜'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직원들의 의견이다.

한편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대한항공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열린조종사노조, 아시아나항공노조 등 양사 6개 노조는 다음 주 서울 시내 모처에서 만나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양사 6개 노조가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정보를 듣지 못해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채권단과 사측, 노조가 논의를 진행할 수 있는 노사정협의회 구성을 사측에 요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조 회장과 오랜기간 대립해온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반대하는 점도 변수다. 

KCGI는 급부상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설에 대해 "다른 주주들의 권리를 무시한 채 현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한 대책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며 반대의사를 강하게 표명했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인수 성사 시 산은은 한진칼 3대 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산은이 조 회장 우군으로 서게 되면 조 회장의 영향력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를 우려한 대목으로 읽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건과 관련해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추후 변동사항에 대해 공시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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