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종의 세상보기] 비로자나불과 전태일
[김무종의 세상보기] 비로자나불과 전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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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고향에 가보고 싶다 하신다. 어릴 적 가본 인근 보경사 절도 한번 둘러보고 싶다고 한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해 마음 뿐이지 모시려 하면 한사코 꺼려하신다. 젊었을 때와 달리 이젠 몸이 마음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사진이라도 찍어 보여드리고자 하는 마음에 시간을 내 내연산 자락의 보경사를 찾았다. 이 절에 비로자나불 보물(제1996호)이 있다 해 더 혹했을 수도 있다.

보경사 비로자나불은 적광전 안에 고이 모셔 있었다. 적광전 문 앞에는 무슨 사연인지 한 여인이 무릎 꿇고 열심히 기도하고 있었다. 불상 뒤에 탱화가 보물이다. 탱화 속 비로자나불은 보살들을 옆에 두고 온화하게 계신다. 3m 가까운 삼베에 붉은 물감으로 바탕을 칠하고 가운데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문수보살, 보현보살, 사천왕상을 흰색 물감으로 그려져 있다.

비로자나불상 뒤에는 비로자나 후불탱화가 봉안된다 하는 데 이런 모습인가 보다.

비로자나불은 육신이 아닌 진리의 모습이라 한다. 불교의 오묘한 이치를 알 길 없지만 이번 여행은 진리 탐구의 여정이 됐다.

비로자나불은 때와 장소 및 사람 등에 따라 가변적으로 그 모습을 나타낸다. 보경사 이곳저곳을 담기 위해 열심히 셔터를 찍고 나올 때 고양이 한 마리가 미동도 없이 큰 길 중앙에 앉아 버티고 있었다. 순간, 비로자나불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로자나불은 중생이 진심으로 기도하고 간절히 희구하는 바에 따라 그들의 생각이나 행위 경계에 따라 때를 놓치지 않고 때를 기다리지 않고, 어느 곳, 어느 때나 알맞게 행동하고 설법하며, 여러 가지 상이한 모습을 나타낸다 하니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가 청계천에서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온몸으로 말하고 생을 떠난지 50주기이다. 그가 살아 있었으면 70대 노인이다. 청계천에서 본 동상 전태일 열사와 비로자나불이 오버랩된다.

그는 비로자나불이었을까. ‘아름다운 청년’. 그 앞에 붙는 수식어이다. 그로 인해 노동운동은 많은 영감을 얻고 때론 반성을 한다. 최근에는 택배 노동자들의 어려움이 크게 부각됐다. 코로나로 인해 특수고용노동자가 부각되면서 그들의 존재에 대한 고마움과 어려움이 언론, 시민단체 등을 통해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

비로자나불은 깨달음이다. 전태일 열사는 우리에게 지금도 깨달음을 주고 있다.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 등 처지에 대해 더 살펴보고 현실세계에서 선함을 행하고 덕을 쌓을 것을 말한다.

노동자 안전을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처리중이다. 기업의 비용 부담 증대 등으로 논란이 있으나 불교의 해원상생(解寃相生) 정신을 이참에 새겨볼만하다. 논의중인 노동법들이 나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는 자리이타(自利利他) 정신으로 내 자신을 구제하고, 궁극적으로 중생을 구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처리되길 기대한다.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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