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2020 美 대선을 보며
[홍승희 칼럼] 2020 美 대선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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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국의 한 국회의원 선거 낙선자가 백악관 앞에서 자신의 패배가 부정선거의 결과라며 한국정부에 관여하라고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여 한국인들을 낯부끄럽게 만든 일이 있었다. 미국을 식민지 종주국 쯤으로 여기는 행위 같아 보통의 한국인들에게 수치심을 안겨주긴 했지만 아마도 그만큼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컸나보다 싶기도 하다.

그런데 그런 미국의 올해 대통령 선거가 꽤 기막히게 치러지고 있다. 우리의 옛 선거를 떠오르게 할만큼 미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어느 면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살벌한 양측 지지시위에 걱정스럽기도 하다.

세계 초강대국인 미국 대통령선거는 여느 나라의 선거와 달리 전 세계가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지만 올해만큼 그 과정에 높은 관심을 모으는 경우도 없지 않았나 싶다. 트럼프가 됐든 바이든이 됐든 각국 정부들이야 의견을 드러내지 못하지만 언론은 나라마다의 이해관계를 따져가며 역대 어느 선거때보다 호불호를 보다 분명히 드러내기도 했다.

원고를 쓰고 있는 이 시간까지 확실한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어서 결과를 두고 무어라 평할 단계는 아니지만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양측 지지자들의 시위가 다른 때와는 사뭇 달라 더 시선을 끈다. 지역별로 끝까지 개표하라, 중단하라는 시위들이 벌어지고 또 일부 지역 개표과정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두고 연방법원까지 동원될 모양이다.

특히 올해 지지자 시위는 총기까지 등장하고 있다는 소식에 개인 총기소지가 불법화된 나라에 사는 우리로서는 으스스한 기분마저 든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아직 휴대한 총기가 실제 사용됐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분위기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언제든지 사용될 위험성이 있어서 남의 일이라고 외면하기 어렵게 한다.

개표가 중반에 들어서면서 기울어진 결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사실상의 승리를 선언했다. 도전자인 바이든은 우세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섣불리 승리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자신의 승리일 것이라고 확신하며 캐비닛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그 어느 때보다 후보 당사자들의 기세싸움이 치열한 만큼 지지자들의 반응도 더 격앙되는 모양새다. 특히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미리 공언한 트럼프의 영향이 양측 지지자들을 자극한 영향이 커 보인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만 아니라면 트럼프의 재선은 무난했을 수 있었다. 경제성장률이나 실업률 등 모든 경제수치가 팬데믹 이전까지는 충분히 좋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트럼프로서는 더더욱 중국에 게거품 물고 달려들었을 수도 있다.

물론 트럼프 아니라 그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더라도 턱밑까지 치고 올라오는 중국에 대한 경계는 할 테지만 트럼프처럼 무지막지한 방식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바이든은 트럼프와 달리 최소한의 유연함을 보이고 절차를 따지고 대화의 모양새라도 갖출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바이든이야말로 지금처럼 격변하는 세계사 속에서 성장하는 국가들 입장으로는 매우 불편한 강대국 리더가 될 우려가 있다. 합리적이고 톱다운 방식보다는 바텀업 방식을 선호하는 바이든식 외교는 매우 지루한 절차 속에 바쁜 나라들을 묶어둘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반도 문제만 해도 그렇다. 적어도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면 빠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초 쯤에는 북미정상회담 다시 한번 열리고 종전선언까지도 쉽사리 진행될 가능성이 있었지만 바이든의 당선이 확정되면 2달여의 인수준비기간에 몇 달간의 각료들 청문회 기간을 거치고 나서 실무진들부터 대북 접촉을 시도할 테고 그 후에 일정 잡아 만나고 의제 설정하고 등등 그 진행과정은 당사국인 남북한을 속 터지게 만들고 그러다 참을 여력이 없는 북한의 돌발행동을 초래할 수도 있다.

남한 입장에서도 답답한 상황인 건 마찬가지다. 러시아까지 철도 연결도 해 자원수급을 안정화시켜야 하고 그렇게 유라시아 횡단열차까지 이어 나가 유럽시장 수출 길도 넓혀야 하는데 남북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지거나 너무 시간을 끌면 손해가 너무 커진다.

게다가 역대 민주당 정권이 그래왔듯 미국과 한국 사이에 꼭 일본을 끼워 넣으려 들면 남북문제는 더 꼬일 테고 이래저래 한국이 골치 아플 일들은 늘게 된다. 일본에 한반도문제에 숟가락 얹는 것은 이제 막아야 한다. 그러자면 국익을 앞세우는 한국 정부의 역량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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