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인력 투입한다더니···"CJ대한통운, 택배기사에 비용 떠넘겨"
분류인력 투입한다더니···"CJ대한통운, 택배기사에 비용 떠넘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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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위, 신고센터로 제보받아···"무노조 대리점일수록 심각"
사측 "집배점과 규모에 따라 비율 조정···전가 못하게 할 것"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CJ대한통운이 내놓은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종합대책 중 핵심안인 '분류인력 추가투입'과 관련해 발생비용을 대리점과 택배기사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한진 등 타 택배사들은 분류작업 인력 비용 전액을 사측이 부담키로 해 CJ대한통운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5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이 분류작업 인력투입 비용을 대리점과 택배노동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앞서 CJ대한통운은 지난 22일 택배노동자들의 잇단 사망과 관련해 매년 500억원을 투자하여 택배 현장에 분류 지원인력 3000명을 추가 투입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루 최소 5~8시간이걸리는 분류작업이 사실상 '공짜노동'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다 택배노동자 과로의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이었다.

당시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업무에 포함돼있던 분류작업을 분리 시 택배기사들이 받는 수수료가 줄어들지 않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건당 수수료에는 영향이 없다"고 답한 바 있다. 이에 택배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 운영하고 있는 신고센터로부터 접수된 수십건의 제보를 들어보면 상황은 이전 열악했던 노동환경과 바뀌어진 게 없었다고 대책위는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CJ대한통운 본사는 지난주 지역별 대리점에 '본사가 추가비용 50%를 지원할 테니 나머지 50%는 대리점 내에서 협의해 진행하라'고 통보했다. 전국 각 대리점에서는 택배기사에 일부 비율을 또 다시 전가하거나 50% 전액을 부담하라는 통보가 내려오고 있다. 

노조에 가입한 택배노동자가 적거나 없는 대리점일수록 비용 떠넘기기 상황은 심각했고 전남과 경남 등 일부 군(郡) 단위 대리점에는 분류 인력 투입 계획 자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책위는 "경기도의 A대리점의 경우 본사는 50%, 대리점 30%, 택배기사 20%으로 통보하고 B대리점의 경우는 본사 50%를 제외하고 나머지 50%를 아예 택배기사에게 전가시키겠다고 이야기한 소장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택배사들은 이달부터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5일이 지난 현재도 아무런 인력투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인력 투입이 늦어지는 이유 역시 본사의 비용 부담을 떠넘기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대책위는 택배사의 '분류작업 인력투입 약속 이행점검단'을 구성해 전국 터미널을 순회하며 직접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또 비조합원 택배노동자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노동조합이 직접 협의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또 국토부와 고용노동부가 나서 택배사들의 분류작업 인력투입과 관련해 현장 점검을 실시해달라고도 촉구했다.

CJ대한통운 측은 분류지원 인력 비용을 택배 기사에게 부담시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분류작업은 대법원 판례에도 나와있듯 택배기사의 업무이지만 지원키로 한 것"이라며 "현재 전국 각지 터미널에 필요한 분류작업 인력 투입 규모를 산정하고 기존 1000명의 분류인력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등 실태파악을 하고 빠른 시일 내 단계적으로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류지원 인력비용은 집배점(대리점)과 절반을 전제로 해 집배점의 규모와 수익에 따라 다양한 비율로 부담하는 것에 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집배점에서 택배기사에게 분류작업 인력 비용을 부담시키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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