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대출급증+증권 호조'···금융그룹, 年이익 최대치 달성 가능?
[분석] '대출급증+증권 호조'···금융그룹, 年이익 최대치 달성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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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하·신용대출 규제에도 NIM 하락폭 '제한적'
충당금 '변수'···상반기比 축소 추세
계열 증권사, 역대급 고객예탁금에 수수료 수익 '탄탄' 
왼쪽부터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사진=각 사)
5대 금융그룹 회장. 왼쪽부터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3분기 호실적을 낸 국내 주요 금융 그룹사들이 올해 전체 실적상으로도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할지 주목된다.

금융 그룹사들은 3분기 증권사 등 비은행 부문의 수익 확대와 대출 증가에 따른 핵심 이자 수익 증가로 호실적을 달성했다.

부동산 구매 및 주식투자 등으로 대출규모가 크게 늘고 이로 인해 이자 및 수수료 수익이 급증하면서 금융그룹사들의 올해 전체이익은 사상 최대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신한·하나·NH농협·우리) 금융지주는 올 3분기 총 4조1017억원(지배기업 소유지분 기준)의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전년 동기(3조4996억원) 대비 17.2%(6021억원) 증가하며 분기 순익 4조원을 돌파했다.

이 가운데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3분기 나란히 '1조원대' 사상 최대 분기 이익을 거뒀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3분기 순이익은 각 1조1천666억원, 1조1천447억원으로 작년 3분기보다 각 24.1%, 16.6% 늘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의 누적 순이익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KB금융(2조8천779억원)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신한금융(2조9천502억원)도 1.9% 증가했다. 하나금융지주(2조1천61억원)와 농협금융지주(1조4천608억원)의 3분기 누적 순이익도 작년 동기 대비 각 3.2%, 4.8% 늘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5대 금융지주 대부분이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금융 그룹사들의 4분기 및 올해 전체 기준 최대 이익 달성 여부를 좌우할 변수는 대손충당금 추가적립 규모와 증권 등 비은행 부문 실적이다. 금융 그룹사들의 주력 계열사인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에서도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월 '빅컷'과 5월 추가 인하 등 올들어 기준금리를 총 0.75%p나 인하했지만, 9월 기준 예금은행의 대출금리와 저축성수신금리 차이인 '예대금리차'는 1.78%p에 머물렀다. 이는 8월 대비 0.04%p(4bp) 줄어드는데 그친 수준이다.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억제 정책이 예대금리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일반적으로 신용대출이 기업대출이나 주택담보대출보다는 대출금리가 높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억제 정책이 은행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그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를 무시할 순 없지만 올해 은행 수익성은 우려보다 양호한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시장금리가 안정화되면서 은행 NIM도 안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주력 계열사인 은행들의 원화대출이 증가세임에도, 금융그룹의 충당금 적립 요인은 오히려 줄고 있다. 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자산건전성이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은행들의 순이익 증가 요인으로 꼽힌다.

3분기 5대금융지주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모두 개선됐다. 'NPL비율'은 부실채권 현황을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로, 이 비율이 낮을수록 은행이 보유한 여신의 건전성이 양호하다는 뜻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의 9월말 기준 NPL 비율은 각각 0.46%, 0.54%로 6월 말 대비 모두 0.02%p 개선됐다. 하나금융과 농협금융도 '고정이하 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0.41%, 0.45%로 0.04%p 낮아졌다. 우리금융 역시 0.40%로 2분기 말 0.43% 보다 0.03%p 낮아졌다.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위험성을 분류하는 여신 등급 가운데 고정 이하 위험 자산 비중이 줄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신호다. 

이에따라 신한·KB·하나·우리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는 총 7558억원으로 2분기(1조6035억원) 대비 52.9% 줄었다. 자산건전성이 개선되며 부실화를 대비한 준비금을 추가 적립할 요인이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협금융지주만 3분기 신용손실 충당금 1105억원을 쌓으며 2분기(1238억원)에 이어 전입액을 늘렸다. 미래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하기 위한 농협금융 자체적 조치다. 

4분기에도 금융그룹사들의 대규모 충당금 적립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탄탄한 이익체력 등을 고려했을 때 추가 충당금 적립보단 대출 '핀셋관리' 등을 통해 부실자산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게 금융그룹 경영진들이 대체적인 판단이다.

김태연 신한금융 재무팀 본부장은 지난 27일 실적 콘퍼런스콜(이하 콘콜)에서 "2분기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한 것도 있고 지난해 말부터 매분기 500억원 언저리에서 계속 (충당금을) 적립해왔다"며 "4분기에는 2분기와 같은 대규모 적립은 없을 것 같고 변동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에 따른)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도 22일 콘콜에서 "현재 포트폴리오 구성 등을 볼 때 내년 그룹 대손비용률은 30bp 수준 내외에서 관리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은 올해 기저효과로 3% 내외의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럴 경우 (4분기에) 많은 충당금이 설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충당금 규제를 더 강화할지에 따라 실적에 변수가 생길 가능성은 남아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은행장들을 만나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부실 가능성을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는 등 손실 흡수능력을 유지해 달라"고 주문했다.

충당금 적립 규모 뿐 아니라, 금융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증권사의 실적 역시 올해 금융지주의 최대 이익 달성에 있어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각 금융 그룹의 계열 증권사 3분기 누적 수수료수익은 △KB증권 6천801억원(작년 동기 대비 59.5%↑) △신한금융투자 5천369억원(43.8%↑) △하나금융투자 3천952억원(37.8%↑) △NH투자증권 7천315억원(63%↑)으로 작년 동기 대비 40∼60% 급증했다. 우리금융그룹이 두 분기 연속 실적 순위에서 농협금융에 밀린 가장 큰 이유로 증권 자회사가 없어 증시 호황의 반사 이익을 놓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올만큼 금융그룹 실적에 있어 증권업 비중이 커졌다. 

증권 업황 호조세의 배경은 개인 주식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일평균 거래대금이 늘었고, 이로인해 수탁수수료 뿐 아니라 이자이익도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10월 들어 브로커리지 이자 수익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기성 자금인 고객예탁금이 54조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4분기 이후에도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은 긍정적이다.

이같은 증권 업황의 호조로 인해 4분기에도 금융그룹의 주력 자회사인 증권사들은 그룹 전체 실적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3분기가 끝이 아니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증권사들의 지금과 같은 호실적 흐름이 4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한 달간 브로커리지 이자 수익이 소폭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증시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이 54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4분기 브로커리지 부문 실적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의 2~3분기에 나타났던 큰 폭의 이익 성장 흐름은 4분기까지 지속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면서도 "(다만) 4분기 실적 소폭 둔화를 고려해도 연간 실적은 충분히 양호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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