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회장' 모두 내려놓은 부영 이중근···'승계 작업' 시동?
'대표·회장' 모두 내려놓은 부영 이중근···'승계 작업'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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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 부영·부영주택 등 7개사 대표·사내이사서 '사임'
독보적 지분 비율로 지배력 '여전'···후계 구도 '오리무중'
이중근 부영 회장.(사진=부영)
이중근 부영 회장.(사진=부영)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이중근(사진·79) 부영 회장이 전격 사임했다. 2년 전 구속 당시부터 외부 전문 경영인을 고용했지만 지난 8월 대법원 실형 확정 등의 여파로 대표이사 직함도 내려놨다. 업계 일각에서는 고령의 이 회장이 사실상의 1인 회사 운영 체제에서 후계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30일 부영에 따르면 이 회장이 지난달 29일 지주사인 부영과 부영주택, 동광주택, 광영토건, 오투리조트, 인천일보, 부영파이낸스 대부 등 7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와 사내이사에서 사임했다.

이 회장의 빈 자리를 채웠던 이세중 회장 직무대행도 고령을 이유로 사임하면서 부영그룹은 신명호 회장직무대행을 중심으로 김시병 사장, 최양환 사장 등 남아 있는 기존 3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부영 관계자는 "이번 이 회장의 사임은 형 확정에 따라 등기 임원인 대표이사를 계속 맡을 수 없기 때문에 변동된 것일 뿐"이라면서 "회사 전반적인 운영에 있어 차이는 없다"고 설명했다.

대표이사 직함을 내려놨지만, 회사 지배력은 여전하다. 부영그룹은 연초 천원개발이 흡수합병 해산되면서 현재 총 23개의 지주·계열사 등으로 구성된 재계 17위의 그룹이다. 이 회장은 지주사인 부영 지분을 93.79%를 보유하고 있고 부영은 부영주택 지분을 100% 보유한다. 부영과 부영주택은 부영그룹 자산 규모의 83.94%를 차지한다. 이외에도 그룹 내 자산 비율이 큰 동광주택의 모회사인 동광주택산업의 지분을 91.52%를 가지고 있는 등 사실상 모든 그룹 전체가 이 회장의 1인 지배 아래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 회장의 사임으로 2세 경영을 비롯한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장은 여전히 일인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내년 80세에 접어드는 나이에도 승계 작업이 진행된 바가 없어 향후 후계자 구도는 여전히 안갯 속에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의 슬하에는 첫째 이성훈 부영 부사장, 둘째 이성욱 부영주택 전무 겸 천원종합개발 대표, 이성한 전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 이서정 부영주택 상무 겸 동광주택산업 이사 등 3남 1녀가 있다. 그동안 이 회장은 독보적인 1인 지배 체제로 모든 집행 비용 등을 직접 챙기는 등 만원 단위의 세세한 지출까지도 직접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속된 이후에도 이 회장 직무대행이 직접 대규모 예산을 집행한 적이 한 번도 없는 만큼 이 회장의 영향력은 건재해 보인다.

그러나 국내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룹 규모와 80대에 접어든 나이를 고려할 때 향후 후계자 구도를 위한 작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승계 구도를 미리 정해두지 않으면 향후 형제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이 회장에게 권한과 지분이 집중 돼 있는 만큼 2세들도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지분 승계도 문제다. 2세 가운데 경영권 승계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 회장의 보유 지분을 받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지분 승계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다. 첫째인 이 부사장이 유일하게 지주사 부영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그마저도 2.18%에 불과하다. 향후 자녀들이 이 회장의 지분을 상속하게 된다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처럼 천문학적인 세금을 내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부영 그룹 모두 비상장사라 승계에 필요한 자금은 상장을 통해 마련할 가능성도 있다.

부영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시된 바와 같이 이 회장직무대행이 고령의 이유로 물러나신 것 외에는 달라지는 내용은 없다"라며 "아직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정해진 내용도 없고 내부적으로 논의된 바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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