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빼든 '라임 칼날'···증권사 CEO 명운은?
금감원이 빼든 '라임 칼날'···증권사 CEO 명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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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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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1조6000억원대 사모펀드 환매 중단이 야기된 '라임 사태'에 대한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원회가 29일 시작됐다. 제재심에서의 최대 관심은 라임펀드 판매사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의 중징계 여부다. 업계에선 이 같은 제재가 과도하다는 의견이 우세한 가운데, 당사자들도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탄원서를 준비하고 있어, 당국과 업계 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심제'(對審制) 방식 진행···나재철 금투협회장은 불참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부터 시작된 금융감독원 제재심은 신한금융투자·KB증권·대신증권 등 주요 라임 펀드 판매 증권사 전·현직 임직원을 대상으로 열린다. 금감원 검사부서 직원과 제재 대상자가 대면해 제재심의위원 질문에 답변하는 '대심제'(對審制) 방식으로 진행된다.

금감원은 앞서 김형진·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과 박정림 KB증권 사장, 윤경은 전 KB증권 사장, 나재철 전 대신증권 사장(현 금융투자협회장) 등에 대해 '직무정지' 수준의 중징계안을 사전 통보한 바 있다. 해당 CEO들은 대심제에 출석, 사실관계를 소명하는 한편, 제재가 과도하다는 점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검사 부서의 의견인 제재안은 추후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되지만, 원안대로 의결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 정무위 소속 윤창현 국민의 힘 의원이 금감원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금감원 제재심에 상정된 1270개 안건 중 96%에 대당하는 1218건이 검사 부서 의견 그대로 확정됐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면 해당 CEO들이 제재심에 참석해 '징계 완화'를 적극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의무는 아니지만 방어권 차원에서 나가는 게 일반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대신증권 수장이던 나재철 금투협회장은 제재심에 불참할 계획이다. 금투업계를 대표해 의견을 전달하는 등 총괄 수장으로서 제재심에 나가는 것은 처신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금투협 고위 관계자는 "현재 협회장 직을 수행하는 입장으로서, 전 직장 관련 건으로 참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라며 "선출직으로 오른 자리인 만큼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이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재심에 불참한다 해도 표면적으로 불이익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업계 "판매사에 과도한 책임···시장 위축 우려" 한목소리

금감원이 판매사에 빼든 '라임 칼날'이 과도하다는 반발이 업계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어느 정도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에 나선 판매사에 너무 큰 책임을 지울뿐더러, CEO를 징계할 법적 근거도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나아가 시장 위축도 불가피하다며 '징계 불합리'의 당위성도 주장한다.  

라임 펀드 판매사들은 사태 이후 투자자들에 선배상과 가교운용사 설립 등 금융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최근엔 금감원 분조위가 권고한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100% 배상안도 수용한 바 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어느 정도의 책임감을 느끼고 이에 따른 행동에 나섰는데, 가혹한 철퇴를 가하는 건 가혹하다"고 했다. 

CEO가 내부통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 금감원 판단의 골자인데, 여기에도 어폐가 있다는 지적이다.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CEO 제재 근거를 마련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CEO 중징계를 결정할 구체적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금투업계 고위 관계자는 "CEO가 내부통제 책임의 정점에 있다고는 하지만, 모든 사안을 담당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판매사의 책임을 물어 중징계를 확정하면 대상자가 CEO 외에도 리스크 관리, 컴플라이언스 등 관련 부서 임원만 10명 이상"이라며 "이들에게 지나친 책임을 묻고, 규제 일변도로 간다면 머잖아 사모펀드를 비롯한 자본시장 위축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판매사에 대한 과도한 징계와 별도로 금감원에 대한 책임론도 적잖이 등장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라임을 위시한 다수 사모펀드 사태에는 분명 금융당국의 부족한 관리·감독과 안일한 대응이 원인으로 지목되는데, 금감원은 판매사 제재에만 열을 올린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감원 내부 직원 연루 혐의도 공공연히 드러난 마당에, 이 같은 비판을 희석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덧붙였다. 

◇"징계 과하다" 증권사 CEO 30여명 국회·금감원에 탄원서

이 같은 여론이 조성되자, 증권업계 CEO 30여 명은 국회와 금감원에 탄원서를 제출키로 했다. 금융당국의 징계가 과도한 점을 강조하는 한편, 선처를 호소하는 내용이 탄원서의 뼈대다. 탄원서 작성에 뜻을 모은 CEO는 국내 50여개 증권사 중 절반 이상을 점유하며, 제재심 결과가 나온 뒤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판매사들이 일부 잘못을 인정, 수습한 점과 당국이 염두에 둔 징계가 지나치다는 점, 추후 시장 위축 우려 등 내용이 탄원서에 담겼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일부에선 금투협이 증권사와 접촉해 작성을 주도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특히 이번 중징계 대상인 KB증권의 경우 '라임 사태 책임이 금감원에 있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작성,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져 파장이 예상된다. 여기에는 "규제 완화에 따른 적절한 감독강화 실패로 사모펀드의 부실화를 초래했다"며 제재의 타당성·형평성을 재고해 달라는 취지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3개 증권사 중 유일하게 현직인 박정림 KB증권 사장이 직무정지 중징계가 현실화할 때 가장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차기 KB국민은행장으로 물망에 올랐던 박 사장은 금감원의 중징계 제재가 유력해지면서 허인 은행장의 3연임을 지켜보게 됐다.

당국에 중징계 제재가 확정된다면 해당 증권사 CEO들은 반발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올해 초 금감원으로부터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경고'를 받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이에 불복, 징계 취소 행정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낸 바 있다. 이에 제재안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가려야 할 사안이 많은 데다, 진술인 간 첨예한 대립도 예상되는 제재심은 이날 당장 결정되지 않고, 내달 5일 두 번째 제재심을 기약할 가능성이 높다. DLF 사태 당시도 세 차례나 열린 바 있다. 금감원 제재심 이후에도 증선위와 금융위를 거쳐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오는 12월은 돼야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앞선 선례 사례를 감안하면 추후 제재심에서 더 다룰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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