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공시가격 현실화 신뢰부터 되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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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로드맵 발표
"시세 반영률보다 객관적 산정 방안 마련 급선무"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정부가 공시가격의 낮은 현실화율(시세 반영률)과 유형·지역 간 편차를 해소하기 위해 '부동산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핵심은 오는 2030년까지 현실화율을 90%까지 높여 형평성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각계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을 향한 불신부터 해소해야 한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국토연구원은 지난 27일 서울 양재동 한국감정원 수도권 본부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고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목표치로 △80% △90% △100% 등 복수의 검토안을 제안, 목표치까지의 도달 기간과 방법에 따른 각기 다른 장단점 등을 소개했다.

그러나 학계, 시민단체, 관계기관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의 신뢰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현실화율의 숫자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공시가격을 객관적으로 산정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공시가격 산출 근거를 공개하고 이를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현재 공시가격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시세 반영률이 낮고 유형·지역에 따라 산정 비율이 다르다는 것"이라며 "기준점이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결과는 지금과 다르지 않은 만큼 지금이라도 자료 검증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은 참여연대 조세개정개혁센터 위원(충남대 경제학과 교수)은 "3억원대, 30억원대 부동산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같은 비율은 갖는다고 해서 동일하게 현실화율이 반영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라며 "부동산 가액에 따른 과세 금액 차이가 크기 때문에 종부세에 포함돼야 하는 집들이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결국 시세 대비 공시가격이 똑같이 낮다는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얽히고 설킨 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공시지가 현실화율 제고에도 시장에 많은 매물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강남 다주택자들의 보유 부담을 늘리는 것과 동시에 양도세 완화로 퇴로를 열어주는 등 유효한 정책이 될 수 있도록 더욱 고민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공시지가 현실화는) 보유세, 건강보험료, 기초생활보장급여 대상 선정, 감정평가 등 국민부담의 조세 부담을 결정하고, 복지제도의 수급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면에서 정부는 시장 수용성을 고려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공시가격 산정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며, 공시가격 산정과 조세정책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가 부동산에서 높은 현실화율을 적용하고 낮은 가격대 부동산에서는 되레 낮추는 방식은 조세 형평에 어긋나는 원칙이며, 과세 평등을 왜곡시키는 발표"라고 말했으며,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 교수는 "160여가지 행정적 지표로 사용되는 공시가격을 국토부가 행정 편의적으로 흔드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당정이 제안한 90%의 현실화율 목표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정 교수는 "공시지가가 낮아 세부담이 없기 때문에 이는 부동산 투기를 야기시키고, 투기는 집값을 올려 집 없는 사람들을 괴롭히게 된다"라며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더욱 낮은 수준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보고, 산정 시점에는 100%에 준하는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광훈 법무법인 세양 대표변호사는 "추진 방향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라면서 "공시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조세 형평성에 대한 우려는 물론 국민의 재산권 신뢰를 깨고 법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민적인 불안·불만을 야기시킬 우려가 크다. 부동산 시세 역시 상시 달라지기 때문에 100%를 맞춘다는 목표 자체는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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