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정복동 천리마마트 사장의 '혁신경영'
[데스크 칼럼] 정복동 천리마마트 사장의 '혁신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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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왕이 아니다. 직원이 왕이다!" 만화가 김규삼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연재했던 웹툰 '쌉니다 천리마마트'의 주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온라인 쇼핑 시대를 맞아 위기에 빠진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보면서 정복동 천리마마트 사장의 '혁신경영'을 떠올렸다. 

필자는 김규삼의 웹툰에 앞서 케이블 채널 tvN의 금요드라마를 통해 정복동 사장을 만났다. 지난해 9월20일부터 12월6일까지 방영된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마지막 편까지 지켜봤다. 애초엔 정복동 천리마마트 사장 역을 맡은 배우 김병철한테 끌려 드라마를 보게 됐다. 

김병철은 2003년 개봉한 영화 '황산벌'을 통해 처음 본 배우다. '황산벌'에서 김병철은 백제군 지휘관 계백의 작전을 엿듣고 신라군 지휘관 김유신한테 알려주는 첩자로 나왔다. 비록 단역이었지만 '황산벌'의 신라군 첩자 김병철은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다. 2007년 영화관에서 봤던 '날아라 허동구'를 통해서도 김병철을 만났다. 김병철은 '날아라 허동구'에서 역시 초등학교 야구 경기 주심으로 잠깐 출연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날아라 허동구' 이후 김병철이 출연한 영화와 TV 드라마는 '그림자 살인'(2009), '꿈은 이루어진다'(2010), '퀵'(2011), '1급기밀'(2016), '태양의 후예'(2016), '터널'(2017), '미스터 션샤인'(2018), '스카이(SKY) 캐슬'(2018~2019), '닥터 프리즈너'(2019) 등인데, 필자가 본 작품은 거의 없었다.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통해 오랜만에 안방극장에서 만난 김병철은 앞으로 기억 속에 정복동 사장으로 남아있을 듯싶다. 

정복동은 17만 임직원을 거느린 DM(대마·大馬)그룹 총수 김대마 회장의 오른팔로 꼽혔다. 그러나 김 회장한테 밉보인 탓에 대마그룹 소속 할인마트 체인 천리마마트 대표이사로 좌천된다. 대마그룹 임직원들은 경기도 봉황시에 자리한 천리마마트에 대해 이렇게 수군댄다. '완전 적자투성이에 회계도 엉망진창이고 명색은 체인인데 본점 하나만 달랑', '누군가에게 천리마마트로 가라는 발령이 난다는 건 사표 쓰고 나가란 것과 같은 말'.   

천리마마트로 쫓겨난 정복동은 '6개월 안에 천리마마트를 폭탄으로 만들어 DM그룹 본진에 드랍해주마'라고 마음먹은 뒤 신입사원 모집에 나선다. 정복동이 고른 천리마마트 신입사원은 록그룹 '무당스' 보컬 출신 조민달, '금탑은행' 연신내지점 과장으로 42살까지 일하다 금융위기 때 정리된 대리기사 출신 최일남, 과거를 청산하고 싶은 건달 출신 오인배, '빠야족' 우두머리 피엘레꾸와 그의 부하들, 열 살짜리 소녀가장 등이다.  

신입사원을 대거 채용한 정복동은 천리마마트를 폭탄으로 만들기 위한 작전을 벌인다. 정복동이 준비한 작전은 직원들에게 상감마마 티셔츠 입히기, 고객만족센터 담당자 오인배를 용상에 앉혀 손님들 불만 대응하기, 격투 승자를 노동조합위원장으로 뽑고, 회삿돈으로 만든 순금 챔피언 벨트와 캐시미어 깃발 선물하기 등 고객이 아니라 직원을 왕처럼 여기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정복동은 손님들이 힘껏 돌려서 전기를 만들어야 열리는 출입구 설치와 명절선물로 현찰이 들어있는 봉투 팔기처럼 상식을 깨는 경영을 펼친다. 보통사람들에겐 '뻘짓' 일색이다. 그러나 정복동의 뻘짓 덕에 '장사할 의지가 전혀 없던' 천리마마트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음모(?)가 경영혁신으로 이어진 셈이다. 

정복동은 결국 직원들을 감동시키고, 그들의 잠재력을 발굴해냈다. 조민달은 말했다. "빠야족의 잠재력을 이끌어내시는 걸 보고 우리에게도 저런 잠재력이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정복동은 만화 속 주인공일 뿐이다. 정복동의 천리마마트 경영방식이 현실에서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 여기지도 않는다. 그런데 정복동에게선 '사람냄새'가 난다. 

언제부터 우리는 '손님이 왕'이란 말을 당연시 여기게 됐다. 손님을 왕처럼 대해야 장사가 잘 된다는 게 지금까지 불문율이었다. 그런데 '직원이 왕'이면 안 될까. 손님뿐 아니라 직원도 사람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사람 냄새가 더 짙어지길 바란다. 

이주현 생활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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