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안에 담긴 미래
정부조직개편안에 담긴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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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이공계 살리기 노력은 이제 다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다. 앞으로 이공계 출신들의 발판이 될 어떤 정부 정책도 기대하기 어려워지게 됐다. 그나마 이공계의 진출이 활발했던 부처들이 우르르 다 쓸려나가게 생겼으니 말이다.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차기 정부에서 정부 조직을 일부 축소하는 것은 응당 그러하리라 예상됐던 일이다. 통일부나 여성부에 대한 보수적 그룹들의 기존 시선이 어떠했는지, 또 차기 정부의 정치적 지향이 무언지를 아는 터에 그 쪽 부처에 먼저 손 댈 것이라는 점은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수위가 선보인 정부조직 개편안 초안에서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 해양수산부를 전격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다.

아무리 정치적 퇴행성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산업적 측면에서는 미래지향성을 보여주길 기대했다. 경제대통령이라는 이미지에 다수 대중이 박수를 친 것도 그런 기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이번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은 그런 기대를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를 산업자원부 내로 흡수시킨다고 했다. 그간 10년 넘게 정보통신부 업무 영역에 꾸준히 도전해온 산업자원부로서는 소원성취를 했으나 3차 산업시대의 산물인 정보통신업이 2차 산업시대의 대부인 산업자원부 품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무리 봐도 진취적이지는 못하다.

물론 정보통신부의 몰락은 관련 대기업들의 독점적 정책 지배력 등 여러 내부적 문제들에 기인하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다른 부처들보다 늦게 탄생한 정보통신부의 경우 관련 기업들에 비해 정책생산능력의 우위를 확실히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두어 개 거대 기업에 끌려 다니는 모습을 계속 보여줌으로써 여타의 관련 기업들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했다. 그러니 기업들 입장에서 보자면 정통부의 몰락이 크게 아쉬울 게 없는 듯도 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그렇다고는 해도 이공계의 미래라는 측면에서나 기술강국에의 희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리 간단해 뵈질 않는다. 산업자원부를 구성하는 관리들은 대개가 상경계 출신들이어서 산업 비전을 읽는 방식이 이공계 출신들과는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기술적 성취는 단지 비즈니스의 부차적 요소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의 대표 기업그룹인 삼성은 일반적으로 반도체 생산을 계기로 환골탈태한 것으로 평가한다. 그 환골탈태의 진면목은 그간의 ‘먹고 입는 것만을 취급하는 장사꾼’ 이미지를 벗고 비로소 제대로 ‘생산기업’으로 거듭났다는 점이었다. 반도체에 발을 디디면서 비로소 독자적인 기술개발·연구에 투자가 시작됐고 기업의 신인도도 급속히 올라갔다.

그 이후 다른 기업그룹들도 R&D 투자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연구 인력들이 제대로 대접을 받는가 싶었다. 그러나 IMF사태가 터지면서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들 거의 대부분은 우선적으로 연구 인력들을 줄여나갔다. 그리고 늘 상경계 출신들에게 돌아가는 경영진들은 연구기술 인력에 비해 앞선 대우를 받으며 그들을 ‘부리는’ 위치를 내어준 적이 없다. 그러면서 이공계의 인기는 급락했다.

그나마 정보통신 쪽은 낫다. 과학기술부는 교육부로 흡수시킨다고 한다. 창의성을 생명으로 하는 과학기술 부문을 정부 부처 가운데서도 가장 창의적이지 못한, 고답적인 교육부에 붙일 생각을 했다는 것은 참으로 입이 벌어질 발상이다.

설명인즉슨 지원이든 규제든 어느 쪽으로나 정부의 개입을 줄여나가겠다는 원칙이 섰으므로 정부 부처를 옮기는 게 별게 아니라는 거다. 기술개발·연구도 필요한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뜻인 모양이다.

그러나 다른 어느 부문과도 달라서 과학기술부문은 꾸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다. 특히 기초과학이 매우 빈약한 한국은 이 분야에 대한 정부 투자를 꾸준히 늘려나가지 않는 한 ‘장사’만으로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장사꾼 아닌 진정한 경제대통령이 되는 길은 국가와 민족의 먼 미래까지를 염려하고 시름하는 겸손함에 있을 것이다.
 
홍승희 서울파이낸스 주필 <빠르고 깊이 있는 금융경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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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9 00:00:00
과학기술이고 뭐고 삽하나면 되지 않을 까 합니다....ㅠㅠ...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