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미국 지도력의 향방
[홍승희 칼럼] 미국 지도력의 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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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과 더불어 세계를 양강 구도로 나눈 지도국가가 됐던 미국은 소련의 붕괴 최강대국이자 유일한 지도국가가 됐다. 그런 미국의 지도력이 최근 흔들리고 있다.

물론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이다. 중국이 소위 G2라 불리우며 냉전시대의 소련을 대체해 당장 세계를 양분한 강대국이 된 양 했지만 미국의 강력한 압박에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현실은 미국의 힘이 여전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강대국 미국의 지도력은 이곳저곳에서 반발과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NATO를 중심으로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군사력은 물론 경제력 또한 미국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하는 유럽이지만 트럼프의 대책없어 보이는 일방적 지휘에 종종 반발하고 있다. 심한 말로 미국의 애완견 정도로 인식되어오던 일본조차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데 일단 한두 번 쯤은 저항하는 태도를 보인다.

미국이 그어놓은 대중국 압박 라인에 속한 나라들도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에 무조건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도 당연히 그 어느 때보다 미국에 대해 ‘원칙’을 내세우며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으려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가. 그 이유는 각 국가나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압박하는 중국의 큰 소비시장을 놓칠 수 없다는 점일 터다. 한국만 해도 중국 수출액이 미국 수출액을 앞지른 지 한참 됐다.

게다가 사드의 한국배치 이후 중국의 한한령으로 인해 한국은 막대한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그에 대해 미국은 어떤 보상도 해줄 리 없다. 그 피해를 한국이 고스란히 뒤집어 쓴 사례를 굳이 보지 않더라도 중국의 압박을 피부로 느끼는 많은 나라들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선뜻 한쪽으로 줄을 서기는 어렵다.

결국은 더 힘 센 미국의 압력에 굴복할지라도 적어도 한두 번 쯤은 저항하는 모습을 중국에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화웨이 고사정책에 한국기업인 삼성전자나 LG전자 등은 물론 미국의 글로벌기업들까지 미국 상무부에 수출허가를 신청하는 것도 미국의 허가가 나든 아니든 일단 중국에 ‘우리는 너희에게 수출하기 위해 이만큼 노력했다’는 성의표시는 해야만 했다.

경제적 압박만 있는 것도 아니다. 생존 차원에서라도 미국의 압박에 순순히 굴종만 할 수 없는 중국은 미국에 대해서는 유화적 제스처를 보이기 위해 애쓰지만 미국 쪽에 줄선 우방국들에 대해서는 경제적 압박에 더해 군사적 시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중국의 위협에 굴복하는 것이 미국에 반발하는 이유의 다는 아니다.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대중적 반감 또한 정치인들에게는 무시하지 못할 이유가 된다. 강대국의 일방주의적 행태야 새삼스러울 게 없는 일이지만 특히 트럼프 시대에 이르러서 미국은 더욱 더 그 강요의 정도뿐만 아니라 빈도 또한 자심해졌다.

과거 미국의 지도력은 베풂에 의해 든든해졌다. 강대국의 베풂이란게 본시 일방적인 시혜는 아니고 늘 대가가 따르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국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고 손실만 초래하는 것이 아니었기에 미국의 지도력에 대한 신뢰가 따랐다.

그에 더해 미국은 중국이 성장하기 전까지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이었다. 미국이 적대하지 않는 전 세계 국가들의 수많은 물자들이 미국 시장에서 소비됐기에 그 시장을 향한 세계 각국의 충성을 얻어냈다.

우방들로부터 값싼 소비재를 다수 수입하고 대신 값비싼 첨단기기를 수출하며 최강 수준을 자랑하는 무기들은 시혜를 베풀 듯이 선택적으로 수출하는 절대적 우위를 지킴으로써 다소 폭력적인 지도력도 유지했다.

그런 미국의 이미지가 베풀 수 있는 나라에서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고 트럼프 시대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무엇을 줄 수 있는 국가가 아니라 무력을 바탕으로 경제적 착취를 하려는 국가로 급격히 탈바꿈했다. 실상 내용이야 크게 달라진 게 아니라 해도 일단 겉으로 드러난 이미지는 트럼프의 노골적인 ‘거래’ 행태로 인해 확연히 달라 보이게 만들었다. 본시 정치란 비즈니스에 명분을 덧씌우는 것인데 장사꾼 트럼프에게는 그런 노하우가 부족했고 이는 결국 미국 지도력의 손상을 초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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