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환율 급락, 디커플링 해소 과정···필요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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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는 동결···내년에도 연 0.50% 유지 전망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가파른 원·달러 환율 하락을 디커플링(불일치) 해소 과정으로 보고 "필요시에는 시장안정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 나갈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의 묵묵부답에서 한 발 나아갔지만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다시 하락했다.(원화 강세)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시장의 기대가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분간 금리동결(연 0.50%) 기조를 이어갈 것임을 애둘러 표현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내년까지 역대 최저 금리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총재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끝난 뒤 연 인터넷 생중계 기자간담회에서 "7월에 미 달러 지수가 크게 하락하고, 위안화가 크게 절상되는 가운데 원·달러는 완만하게 하락했다. 즉, 디커플링이 진행됐는데 9월 이후부터 원화 강세가 빨라져 디커플링이 해소되고 있는 과정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급격히 하락하며 1년6개월 만에 1140원대로 주저앉았다.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민주당 바이든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중국 위안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는 점도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다. 중국 경기의 빠른 회복세, 채권시장의 외국인 자금 유입 등으로 올해 들어 위안·달러 환율은 고점 대비 7%가까이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보다 0.2원 내린 달러당 1146.9원에 거래를 마쳤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 둔화 분위기 속에 전날보다 2.4원 오른 달러당 1149.5원으로 출발했으나 이 총재의 환율 관련 발언이 나온 뒤 하락 폭이 커졌다. 환율은 한때 1142.5원까지 떨어졌다. "필요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이 총재의 발언이 8월 금통위와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원화 강세를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식으로 해석돼 달러 매도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0.50%로 만장일치 동결했다.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p 인하한 뒤 5월 다시 사상 최저 수준인 0.50%로 0.25%p 낮춘 바 있다. 이후 5개월째 동일한 상태다. 

이 총재는 "완화적인 금융여건 안에서 재정의 확장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점, 그동안 취한 통화·재정정책의 대응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며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일 때까지 완화적 통화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추가 기준금리에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11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묻자 이 총재는 "시장에서 11월에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하는 기대가 그렇게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2주 후에 발표되는 올해 3분기 성장률이라든가 여러 가지 추가로 입수되는 지표를 토대로 해서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앞으로의 성장흐름이 8월 전망경로에 대체로 부합한다고 본다"며 추가 금리인하 카드를 배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신얼 SK투자증권 연구원은 "뚜렷한 정책변화 시그널을 확인하기 어려웠던 금통위와 기자회견이었다"며 "마지막 질의응답에서 이 총재의 '시안을 염두하지 않고 있는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 언급은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중장기적인 저금리 기조 가능성을 내포한다"고 분석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의 경우 3년 연속 마이너스(-)GDP갭을 기록해 상당기간 저금리 유지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라며 "적어도 2021년까지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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