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상품 판매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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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안전한 상품이라는 직원의 이야기에 가입했는데, 상품에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는 해당직원이 대기발령이라는 이유로 만나지도 못하게 하더라구요."

최근 한 사모펀드의 피해자들이 모인 자리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투자자들은 대부분 40~50대의 고연령층이 많았으며, 피해금액은 3억~10억원까지 다양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시중은행과 증권사가 결합해 만든 종합자산관리(WM) 지점을 통해 사모펀드에 가입했다. 은행에 볼일을 보러 갔다가, 안전한 상품이라는 직원의 설명에 예금상품인줄 알고 가입한 경우도 있었다.

투자자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 것은 펀드에 문제가 발생한 이후 판매사의 대처였다. 상품을 추천하고 가입을 도왔던 은행 담당자는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거나, 연락이 닿질 않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최선을 다해서 자금을 돌려주겠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구체적인 진행방안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다.

펀드 사태로 피해가 발생한 한 투자자는 "평생 거래했던 주거래 은행이었던만큼, 은행의 말을 믿었다"며 "'평생 믿어왔던 곳인데'라는 마음으로 서명을 했는데, 사고가 발생하고 나니 담당직원은 얼굴은 볼수도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의 태도도 점점 바뀌면서 나중에는 '사태가 이렇게 된 걸 어떻게 하라는 거냐'라는 식으로 변했다"며 "수습보다 방관하는 자세로 나오는 모습에 배신감이 느껴졌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모임에는 금융상품에 대해 잘 알고 가입한 투자자들보다 오랫동안 거래하던 금융사의 추천을 믿고 가입한 투자자들이 더 많았다. 이번 사모펀드 사태는 금융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를 뿌리채 흔들고 있다. 한 투자자는 "사모펀드를 가입한 은행과는 평생동안 거래해 왔지만, 앞으로는 해당 은행을 이용할 생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기도 했다.

올들어 부실이 드러난 사모펀드 규모는 약 6조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판매책임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책임요구에는 금융사에 대한 불신이 숨어있다. 깨져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투자자들의 피해에 대한 빠른 배상도 필요하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을 진정시켜줄 수 있는 대응도 필요하다. 판매사는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데서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번사태 처럼 판매한 상품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해결책을 제시하기 전까지 투자자들에게 바른 응대를 하는 것 또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막기 위한 판매사의 역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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