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실패 없는 취준생, 경영n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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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미국 유수의 대학을 졸업한 한 청년은 수시채용 절차를 통해 에너지 대기업에 입사했다. 물리학을 전공하면서 평소 미래 에너지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이다 지원했고, 최종 합격한 것이다. 전공을 잘 살려 미래에 자신의 꿈을 건 인재다. 회사도 그의 열정을 높이 사 채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청년에게는 특이한 이력이 하나 더 있다. 그룹사 회장의 '장남'이라는 것.

S그룹 회장의 장남인 최 모 씨는 21일부터 한 계열사에 출근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이 6조6000억원에 이르는 대기업이다.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이르는 소위 '신의 직장'으로 직원수가 420명에 불과하다.

취업사이트 잡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입사원에 지원한 대졸 구직자들은 평균 7.1회 입사지원을 해 1.8회 서류전형에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자 10명 중 3명은 단 한 곳도 서류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상반기 대기업 채용이 크게 줄어들어 일부에서는 경쟁률이 500대 1에 이른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불과 3년 전 우리는 금융권 채용비리에 분노했다. 금융그룹 회장의 자녀가 계열사 은행에 무혈입성한 것을 두고 분노했고, 이들을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 고위 임원의 자녀를 입사시킨 것에 화를 냈다.

뿐만 아니라 법률적으로도 채용비리에 관여했던 임직원들이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누구든 회사의 직원 채용에 개입하는 것은 불법임이 입증됐다. 누구든 동일한 절차와 과정을 통해 채용의 기회를 공정하게 가져야 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총수의 자녀들이 무혈 입성하는 데는 관대하다. 그들은 여지없이 부모님의 회사에 입사한다. 취준생이라면 한 번은 겪어야만 하는 치열한 경쟁과 실패없이 취업에 성공할 수 있다. 심지어 '경영수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총수들이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해 키운 회사들도 금융사와 다를 것 없는 주식회사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다. 총수는 다른 주주들에 비해 지분을 많이 갖고 있는 주주일 뿐이다.

2017년 세상을 떠들썩 하게 했던 말이 있다. "능력이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라. 돈도 실력이다." 그때와 지금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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