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젓자"···저축은행, 여수신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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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2%대 예금상품 36개···"대출 급증 시 건전성 우려↑"
SBI저축은행 (사진=서울파이낸스 DB)
SBI저축은행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연 2%대 정기예금 상품이 저축은행업계에 다시 등장했다. 금융당국의 시중은행 대출 옥죄기로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수요가 늘어나자 '실탄'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금리 인상은 또다시 대출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저축은행의 고객 확보 영업이 계속될 경우 대출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5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예금상품 중 연 2% 이상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은 36개로 파악됐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연 2% 이상 이자를 주는 상품이 모두 사라졌으나, 주요 저축은행들의 수신상품 금리 인상행렬에 다시금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 대형 저축은행은 정기예금 금리 인상에다 연 2%대 특판을 내놓으며 수신고 관리에 힘쓰고 있다. JT저축은행은 지난 22일 비대면 정기예금 등 수신상품의 금리를 최대 0.3%p 올렸다. '비대면 정기예금'은 12개월 만기 기준 0.3%p 인상된 연 2.1% 금리가, '비대면 회전식 정기예금'은 0.3%p 인상된 연 2.2% 금리가 적용된다.

올해 들어 수차례에 걸쳐 수신 완급 조절에 나섰던 SBI저축은행은 이달에만 정기예금 금리를 최고 0.4%p 인상했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지난달 말 연 1.6%에서 현재 연 1.9%로 올랐으며, 모바일뱅킹 또는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채널로 가입할 경우 0.1% 우대금리를 더해 연 최고 2.0% 금리가 제공된다.

KB저축은행은 지난 17일부터 연 2% 정기예금 특판을 총 500억원 한도로 판매 중이다. 모바일, 인터넷으로 가입하면 별도의 조건 없이 기본금리 1.7%에 특별금리 0.3%p를 추가한 연 2%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가입조건을 충족하기만 하면 연 2% 이상 이자가 제공되는 셈이다.

저축은행들이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배경은 다양하다. 공모주 투자 열풍에 따른 예금자 이탈을 막고, 풍부한 시중자금을 끌어오려는 목적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업계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용대출이 크게 늘면서 예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 저축은행은 예대율 규제에 따라 대출을 늘리기 위해선 적정 예금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높아진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문턱은 제2금융권으로의 신용대출 쏠림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제2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2조2000억원으로 7월 증가액(1조8000억원) 보다 4000억원 늘었다.

저축은행들의 금리 인상은 대출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신 금리로 늘어난 이자 비용을 대출 이자 수입으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은 이달 말까지 자사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신용 한도를 조회하면 대출할 때 금리 1%p를 추가 할인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문제는 건전성이다. 저신용 등급의 취약차주들이 신용대출이 빠르게 늘어난다면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저축은행의 대출 연체율은 4%를 넘어선 상태다. 금융당국도 현황 점검에 나섰다. 다만, 섯부른 규제는 저신용 등급 취약차주들을 대거 사채 시장으로 내몰 수 있다는 우려로 골머리를 앓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와 시중은행에서의 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저축은행의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맞다"라며 "이에 발맞춰 예금 금리도 올리고 있는데, 사실상 신용대출은 용도를 정확히 알기 힘들다. 대출이 늘어난 만큼 향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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