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 다이어트下] 점포수 관리까지 '관치'···"경영자율성 훼손"
[채널 다이어트下] 점포수 관리까지 '관치'···"경영자율성 훼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용대출·정책펀드 곳곳에 스며든 '신관치'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 시내 한 영업점에서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이진희 기자] 은행 점포 수가 계속 줄고 있다. 비대면 흐름 가속화에 코로나로 인해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깊어지자 당국은 고령층 등의 금융 접근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결국 수익성을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은행권과 이해가 상충되며 갈등이 예고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에 이어 은행들의 지점 통폐합 움직임까지 제동을 걸면서 은행권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디지털·비대면 등 금융환경 변화에 맞춰 오프라인 영업 방식의 효율화를 고민할 시점이지만 당국 눈치 또한 보지 않을 수 없어서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은행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이 올해 1월부터 다음달 말까지 통폐합한 지점·출장소는 총 159곳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이 53곳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51곳), 우리은행(35곳), 신한은행(20곳)이 뒤를 이었다. 통폐합 점포수는 올해 말까지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통폐합된 4대 은행 점포수는 지난해(81곳)보다 2배 가량 높다. 코로나19 사태 영향으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오프라인 점포 통폐합이 가속화됐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래도 비대면 금융이 추세였는데 올해 코로나까지 터지면서 언택트가 겹쳐진 부분이 (통폐합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지자 최근 금융당국은 점포 통폐합 규제 가이드라인을 강화하는 등 '급제동'을 걸었다. 지난달 말 금융위원회는 은행 점포 통폐합 영향평가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내용의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 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에 앞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점포 폐쇄로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초래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경고를 날렸다. 고령층 등 비대면에 익숙하지 않은 금융소비자들이 점포 폐쇄에 따른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우려였다.

은행권은 금융 소외계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통폐합에 대한 당국의 시선 자체가 부정적인 점은 부담스럽단 입장이다. 업계는 비대면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초저금리 장기화로 수익성도 줄고 있어 적자 점포를 정리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점이 아예 없는 인터넷은행도 등장하고 있고 그런 식으로 금융이 계속 디지털화되면서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 자체가 줄었다"며 "영업점 운영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저금리가 고착화되면서 NIM(순이자마진)이 줄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데 그걸 커버하기 위해서는 비용 절감이 필수적"이라며 "비용 중에서도 영업점 운영에서 나가는 고정 비용이 크기 때문에 그걸 건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실제로 고객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같은 구역 안에 있는 점포끼리만 통합을 진행하고 있고 당국 가이드라인도 다 지키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해도 통폐합을 진행할 땐 당국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까닭에 금융당국의 잇단 개입이 은행의 경영 자율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점포 통폐합 뿐만 아니라 최근 신용대출 핀셋규제, 뉴딜펀드 투자 등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부분까지 당국에서 직접 관리하려다 보니 현장의 피로감은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도 결국 민간기업이고 당연히 수익을 내야 한다. 수익이 떨어지는 은행을 누가 믿고 거래할 수 있겠냐"며 "대출은 수익이나 건전성을 다 고려하면서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부분이 있는 거고 적자점포 정리하는 것도 마찬가지인데 일을 추진할 때마다 당국 눈치를 봐야하니 답답한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