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2, 3세 정치인들의 분탕질
[홍승희 칼럼] 2, 3세 정치인들의 분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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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정치를 가업처럼 계승하는 사례는 많다. 물론 선진국에도 부모와 자식이 함께 혹은 차례로 정치에 나서는 경우는 있으나 가업으로 이어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에서는 유독 부모의 선거구를 물려받는 식으로 정치 유산을 물려받는 사례가 흔하다.

한국에서도 이런 사례들이 있다. 아버지의 높은 지명도를 후광으로 손쉽게 정치에 입문하는 사례도 적잖고 나아가 대통령까지 한 경우를 우리가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같은 시기에 동아시아 3국인 한국, 중국, 일본 모두 2세 혹은 3세 정치인이 최고지도자의 자리에 있었다.

박근혜, 시진핑, 아베. 북한도 이에 포함되지만 민주주의 국가도 그렇다고 사회주의 국가라고 하기도 어색한 사실상의 왕조국가인 셈인데다 폐쇄된 사회이니 일단 논외로 치겠다. 적어도 한국, 중국, 일본은 국제사회 속에서 서로 얽히고설킨 많은 역할들이 있으니 이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보자.

앞서의 세 정치지도자들이 걷는 정치적 행보는 각국의 국제적 입지나 정치상황 등 여러 요인에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공통적인 사실도 있다. 국가를 개인적 유산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이는 정치행위들을 한다거나 국가 경영을 너무 쉽게 여기고 덤빈다는 면에서 특히 그렇다.

한국에서는 이미 시민들에 의해 정치적 심판이 끝났으니 얘기를 생략해도 좋겠다. 특히 청와대를 ‘내 집’으로 인식할 수도 있을 정도의 긴 시간인 18년을 어린 시절부터 지내온 청와대를 아버지가 살해당하며 떠난데 따른 상실감 탓인지 유별나게 집착하는 모습은 어느 면에서 인간적으로는 안쓰러움을 자아낼 여지도 있었고.

중국 시진핑 주석의 경우 중국 8대 원로 중 한명인 아버지 시중쉰의 영향력 아래 순탄한 정치적 성장을 거듭했고 지금은 딸인 시밍저가 주석의 특별보좌관 자격으로 정치 학습을 받고 있다고 한다. 국무원 부총리까지 지냈던 아버지 시중쉰이 1962년 마오쩌둥에 의해 반당분자로 몰리며 16년간 옥고를 치르는 정치적 고난의 과정과 이후 1978년 복권의 과정까지 지켜보며 자란 시진핑에게 있어서 1인자로 권력을 완벽히 장악하기 전까지는 절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어느 누구보다 강한 듯하다.

그래서인지 1인자에 오르기까지 긴 시간 대외적으로 두드러지게 나서지 않다가 집권 후에는 모든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고 영구집권의 포석까지 깔아뒀다. 원래 독재국가의 최고 권력자들이 2인자를 용납하지 못하는 습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일반적인 것이지만 시진핑은 그런 점에서 특히 유난스러워 보인다.

어느 면에서는 2인자를 용납하지는 않았어도 적어도 여러 파벌들을 깡그리 쓸어버리지는 않았던 마오쩌둥보다 더 심해서 두드러진 인물 하나를 잡는 데 그치지 않고 그 파벌 전체를 잡으려 들었다. 덕분에 현재 중국에서 시진핑을 견제할 세력은 사실상 전무한 듯하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시진핑에게는 방패막이 사라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한 게 아닌가 싶다.

일단 최고 권력자가 되고 난 시진핑은 자신감이 과해진 모양이다. 국가가 발전하더라도 향후 100년간은 숨죽이며 더 힘을 키우라던 덩샤오핑의 마지막 당부도 무시하고 매우 일찍, 그것도 성급하게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무리수를 뒀고 그 결과 현재진행중인 미중관계다.

그런가 하면 3대째 세습정치인 가문 출신인 일본 아베 전 수상은 일본 내에서는 ‘외교의 아베’로 불린다지만 단지 미국의 심기를 살피며 추종하는 것 말고 특별히 내세울 성과도 거둔 게 없고 한일관계는 수교 이후 가장 최악의 상황을 초래했다. 아베노믹스로 한 때 성과를 거뒀다고 했지만 실상은 일본을 빚더미에 올려놓았을 뿐 다시 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합당한 대책을 못 찾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우왕좌왕하다 물러났다. 차기 총리를 선출하는 과정을 보면 정치적 역량이 대단해 보이지만 막상 통치행위를 하기에 합당한 결단력이 부족해 툭하면 실기하고 한번 기세가 꺾이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동아시아 3국의 정치시스템은 각기 다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시기에 이런 지도자들이 한꺼번에 등장한 것도 하나의 세계사적 흐름이라 봐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그 결말은 결국 각국 국민들의 정치의식이 결정하게 된다. 이미 한국과 일본의 예에서 뚜렷이 구분돼 보인다.

그런 점에서 공산당이 권력을 독점했지만 다민족 국가의 갈등이 봉합되지 않고 오히려 최근의 강압적 언어 통합정책으로 반발이 커지는 중국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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