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세대란' 불똥, 빌라·오피스텔까지 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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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전셋값 상승폭·전세가율 '최대'···빌라도 1년째 올라
아파트서 밀려난 수요, 오피스텔·빌라 찾아···'깡통전세' 출몰
서울시 전경.(사진=픽사베이)
서울시 전경.(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극심한 전세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청약 대기 수요, 임대차법 도입 등의 영향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불똥이 오피스텔과 연립·다세대주택(빌라) 시장까지 옮겨 붙고 있다. 단기간 치솟은 아파트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빌라·오피스텔 시장으로 쏠리면서 극심한 시장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1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오피스텔 전세가격은 지난달 0.11% 상승하며 전월(0.02%) 대비 상승폭이 0.09% 확대됐다. 전셋값은 지난 2018년 3월(0.13%)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서울에서도 0.14% 상승하며 전월 대비 상승폭이 0.11% 올랐고, 지난해 6월부터 1년 2개월동안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오피스텔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1억9981만원을 기록하면서 2억원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조사 통계가 공표된 이래 가장 높은 82.86%까지 치솟았다. 서울 빌라 전셋값도 지난달 0.18% 급등했으며, 1년이 넘도록 상승세는 이어지고 있다.

이는 아파트 시장의 전세난이 가중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3기 신도시 등 분양 대기 수요와 부동산 규제(갭투자 제한 등), 신규 임대차법(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등의 요인으로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했고, 이는 상대적으로 진입 문턱이 낮은 오피스텔과 빌라 시장으로 수요를 밀어내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전셋값의 오름세는 입지·면적을 구분짓지 않는 모습이다. 서울 송파동 오피스텔 '아주리센 센트럴파크' 전용면적 28.88㎡는 이달 2억8000만원의 보증금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달 2억4150만원(13층)과 비교해 한 달 새 3750만원이 상승한 가격이다. 도림동 오피스텔 '쌍용플래티넘시티1단지' 전용 87.22㎡도 지난 7월 3억5000만원에서 지난달 3억8000만원으로 3000만원이 올랐다.

빌라도 마찬가지다. 신길동 '페트라하우스' 29.88㎡는 지난 7월 2억2000만원(5층)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전용 29.94㎡가 2억5800만원(3층)에 거래됐다. 한 달 만에 3800만원이 뛰었다. 둔촌동 '상상프리' 29㎡은 같은 기간 2억4000만원(6층)에서 2억6000만원(6층)으로 2000만원이 상승했다.

일선 현장에서는 빌라·오피스텔의 전세 매물도 찾기 어렵다고 전한다. 영등포구 H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아파트 전세가격이 1~2억원 넘게 오르기도 하고 매물을 찾기도 쉽지 않다 보니 오피스텔 같은 대체 상품을 찾는 것 같다"라면서 "최근 문의는 하루에도 몇 건씩 들어오지만 보여드릴 물건이 없어 난감하다. 오피스텔이든 빌라든 전세 매물이 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셋값이 매매가를 넘어서는 단지까지 출몰하고 있다. 역삼동 오피스텔 '강남역 와이즈 플레이스' 전용 23.87㎡은 지난달 2억1500만원(13층)에 매매거래가 이뤄졌는데, 이달 전세가 2억3000만원(13층)에 거래되면서 전셋값이 매매가를 넘어섰다. 목동 빌라 '더클래식' 32.22㎡는 지난7월 초 3억1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진 뒤 며칠 지나지 않아 같은 가격으로 전세 거래가 이뤄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일종의 '부동산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61만에 달하는 임대사업을 등록한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고, 수억원씩 오르는 집값에 자가를 마련하지 못한 이들은 그대로 전세에 눌러앉고 있다"라면서 "이는 또 다시 낮은 문턱의 빌라·오피스텔 시장으로 수요를 이동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동성 자금이 많은 것이 현재 시장을 지탱하게 하고 있지만, 향후 금리가 올라간다면 시장 위축과 함께 거품이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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