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 '배터리 소송', 감정싸움 '비화'
LG화학-SK이노 '배터리 소송', 감정싸움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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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훔친 기술로 특허등록" vs SK "알지도 못했던 기술"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진=SK이노베이션)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배터리 소송이 다른 특허 침해소송으로 확대되면서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4일부터 US10121994(944) 특허침해와 관련해 서로의 주장이 담긴 입장문을 잇따라 공개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9월 미국 ITC에 LG화학이 994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의 최종 결정 일정은 내년 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먼저 '특허소송 제재 요청 관련 입장 및 참조자료'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기술을 가져가 특허를 등록한 것으로 모자라 해당 특허로 소송까지 제기한 후 이를 감추기 위해 증거인멸한 정황이 드러났다" 주장했다. LG화학이 2013년 5월 크라이슬러에 여러차례 판매했던 A7배터리셀에 탑재한 기술을 가져가 자사의 특허로 등록했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올해 3월 ITC행정판사 명령에 의해 SK이노베이션이 제출한 문서들 중 994 특허 유효 출원일(2015년 6월) 전인 2015년 3월에 LG화학의 선행기술 배터리인 A7배터리 셀 관련 기술 정보를 토대로 작성된 '2nd Regular Meeting Material' 파일이 발견됐다"며 "특허 유효 출원일 이전에 출간된 선행기술 문서 혹은 판매된 선행기술 제품 등에 특허상의 발명이 공지되어 있을 경우에도 해당 특허는 '무효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994 특허의 발명자가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전직한 연구원으로 알려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허소송이 합리적으로 예측되는 시점부터 증거보존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데도 계속적으로 핵심증거들을 인멸하는 행위를 지속해온 정황이 드러났다"며 "ITC는 소송 당사자가 증거 자료 제출을 성실히 수해하지 않거나 고의적으로 누락시키는 행위가 있을 시 강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실제 재판 과정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억지주장을 멈추고 소송에 당당하게 임해달라"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은 " LG화학은 경쟁사의 특허 개발을 모니터링 하며 특허등록을 저지하기 위해 수많은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데, 자신들의 기술이 특허화된다고 생각했으면 이미 출원 당시 이의를 제기했을 것"이라며  "특히 출원시 LG의 선행기술이 있었다면 등록도 안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이 944 특허 항변 과정에서 A7 제품을 제시한 걸 두고 "소송이 제기된 후 2개월이 지나 제출한 첫번째 서면에서는 A7이라는 제품은 들어있지도 않다. 다시 2개월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A7을 유사성 있는 제품이라고 내세우는 궁여지책을 마련했다"며 "특허소송 제기 전에는 알지도 못했던 기술을 자기 기술이라고 강변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마치 자신들이 이미 다 인지하고 있던 자기 기술이었던 것처럼 과장·왜곡하기까지 하는 LG화학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허 소송 관련 자료 삭제에 대해서도 "이 소송을 제기한 측으로서 자료를 삭제할 하등의 이유가 없고 하지도 않았다"며 "증거인멸 건과 관련한 어떤 자료도 삭제된 것이 없다는 것을 명확히 하며, ITC에서 명확히 소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LG가 지적한 문서들 역시 특허 기술에 대해서는 어떤 정보도 담고있지 않다"며 "문서의 작성일자만 인용해 내용상 관련이 있는 것처럼 거짓 주장을 하는데, LG화학은 위 문서들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지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기 바란다"고 역으로 공격했다.

특허 발명자에 대해서도 "LG화학에서 이직한 사람이 맞다"면서도 "994 특허와 관계 없는 부서에서 근무한 사람이 2008년 퇴사해 2013년에 출시된 기술을 베껴서 2015년에 특허출원 했다는 게 LG화학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의 입장문에서는 상대방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도 이어졌다. LG화학은 "제발 소송에 정정당당하게 임해달라"며 "핵심기술 탈취로 소송이 시작된 직후부터 자신의 사익을 위해 국익을 운운하는 일은 이제 그만 멈추기 바란다"고 다시 공격에 나섰다.

이어 944 특허와 관련해 "당시 내부 기준으로 특허로 등록해 보호받을 만한 고도의 기술적 특징이 없고 고객제품에 탑재돼 공개되면 특허분쟁 리스크도 없다고 판단해 등록하지 않았다"며 "안타깝게도 당사는 경쟁사의 수준과 출원되는 특허의 질 등을 고려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비꼬았다.

이에 맞서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은 이직=기술탈취'라 단정지어 놓고 그 사이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모두 사상시켜버린다"며 "LG화학도 많은 부서에서 경력직원들을 채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기술탈취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LG화학의 자발적 퇴사비율은 재계 수위의 타 기업보다 월등히 높다고 여러차례 보도됐다"며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자주 퇴직하는 이유는 스스로 돌아봐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앞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특허 침해와 관련해 미국에서 송송전을 벌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미국 ITC에 SK이노베이션이 US 517 특허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US 994 특허를 침해했다고 맞소송을 냈다.

ITC는 517 특허 침해 소송에 대해 증거인멸 등을 이유로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렸다. 업계에서는 당장 한달 뒤 최종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합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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