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시장 주도권 다툼 치열해질듯"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는 시중은행과 달리 저축은행들은 중금리 대출 취급을 늘리는 추세다.
저축은행 간 주도권 다툼도 치열하다. 비대면 채널을 통해 수요자 확보에 나선 것인데, 중금리 대출 경쟁이 대출금리 인하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4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SBI저축은행은 중금리 대출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지난 8월 말 기준 연 16% 이하 중·저금리를 적용한 개인신용대출 비중이 전체의 59%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중금리 대출 비중이 26.1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1년 새 32%포인트(p)가량 비중을 끌어올린 셈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평균금리 16% 이하, 최고금리 19.5% 미만 상품을 중금리 대출 상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요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비중도 일제히 늘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해 9.5%에서 지난달 15.94%로, 한국투자저축은행은 49.19%에서 63.05%로 크게 늘었다. 페퍼저축은행의 경우 31.34%에서 46.46%, 웰컴저축은행은 19.48%에서 36.66%로 뛰었다. 시중은행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건전성 관리에 들어가며 중금리 대출을 줄이고 있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통상적으로 은행권에서 중금리 대출은 다른 대출에 비해 마진이 크지 않고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연체율이 높아 부담스러운 상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주 고객이 중·저신용자인 저축은행의 입장에선 얘기가 달라진다. 마진이 크지 않은 건 마찬가지지만, 대출 총량규제 대상에서 제외되는 중금리 대출이 규모만 커진다면 수익성을 키우는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자산 10조원을 넘어서며 올 상반기 선방한 SBI저축은행의 경우 중금리 대출 고객이 크게 늘면서 이자수익(4657억원)이 작년보다 26.4% 증가한 것이 호실적에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중금리 대출로 마진을 남기려면 일단 규모가 커져야 한다"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금리 상품을 찾는 수요도 크게 늘고 있어, 리스크 관리만 잘한다면 충분히 수익성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주요 저축은행 말고도 중금리 대출 경쟁에 도전장을 내민 곳도 있다. KB저축은행은 새로 선보인 모바일 플랫폼 '키위뱅크'를 중심으로 중금리대출 상품군을 기존 2개에서 5개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애큐온저축은행도 기존 운영하던 119머니중금리K·중금리우량직장인대출·프라임론 외에 추가로 6개 상품을 출시한다고 예고한 상태다. 저마다 중금리 대출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셈이다.
업계에선 중금리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다툼이 점차 심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외국계은행과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도 중금리 대출에 눈독을 들이는 점을 감안하면 점진적인 금리 인하도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중금리 상품을 늘리면서 평균 대출금리도 낮아지는 추세"라며 "고객을 끌어들이고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려면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전략을 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