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은행원의 '가족대출' 안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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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發 '가족대출' 논란···핵심은 내부통제 '허점'
IBK기업은행 본점 맞은 편에 있는 IBK파이낸스타워(왼쪽 신본점)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행해 31일 폐쇄됐다. (사진=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 신본점인 IBK파이낸스타워(왼쪽)와 맞은 편에 있는 구본점 (사진=IBK기업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최근 IBK기업은행의 한 영업점 직원이 4년간 가족명의 법인에 76억원어치의 '셀프대출'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해당 직원이 이 대출금을 통해 경기도 화성 일대 부동산 29채를 매입했고 막대한 차익을 남긴 사실이 드러나자 논란은 한층 거세졌습니다.

IBK기업은행은 소속 직원에 대한 감시가 소홀했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직원과 배우자의 친인척에 대한 대출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규정과 시스템을 마련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똑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문제의 요인인 '가족대출'을 아예 금지하겠다는 것이죠. 그런데, 은행 직원의 가족이 해당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것이 정말 문제가 되는 걸까요?

4일 국내 주요 은행들에 문의한 결과, 저마다 시스템은 달랐지만 직원 가족을 대상으로 한 대출 취급은 모두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은행의 경우 직원 본인이 가족에 직접 대출을 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마련해놓고 있지만 가족이라고 해서 A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A은행은 모든 대출에 대해 본점 컴플라이언스팀(준법감시)과 감리부가 우선적으로 살펴보고 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대출은 사전에 걸러낼 수 있다고 귀띔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실행된 대출에 대해서도 사후에 검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B은행은 직원이 본인과 가족에 대한 대출을 직접 취급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B은행에서는 매일 일어나는 수신·대출·외환거래 등을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있고 직원 가족의 대출에 대해서는 한번 더 살펴보도록 시스템상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직원 가족의 대출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C은행은 IBK기업은행과 비슷한 경우였습니다. 직원이 본인 가족에 대한 대출이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적으로 막아 놓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내부통제, 준법감시, 감사 등을 통해 이상 대출인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D은행은 대출 책임자인 지점장에 대해 규정을 강화한 경우입니다. D은행의 지점장이라면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비속이 차주이거나 대표이사인 기업에 대출을 할 수 없습니다. 지점장이 아닌 평직원이라면 대출신청이 가능하지만 책임자인 지점장의 승인을 거쳐야 하고 이상거래 감지 시스템이 철저히 갖춰져 있어 문제가 될 만한 대출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게 D은행의 설명입니다.

E은행도 앞선 은행들과 비슷했습니다. E은행 직원이라면 가족이나 친인척에 대한 대출을 직접 신청하거나 실행할 수 없습니다. 다만, 역시 E은행에서의 대출 자체가 막힌 것은 아닙니다.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결국 IBK기업은행에서 벌어진 일은 단순히 '가족대출'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은 아닐 겁니다. 핵심은 은행 직원이 스스로 '특혜' 대출을 받는 동안 이를 걸러낼 내부 통제망이 없었다는 데 있습니다.

보통 기업이 은행에 대출을 받으려면 담보물에 하자가 있진 않은지, 신용등급에 따른 적정한 대출한도는 얼마인지 등 철저한 심사를 거쳐야 합니다. 하지만 해당 직원이 본인의 대출이 정당한 대출인지 철저하게 심사했을리 만무합니다. 어쩌면 그 직원이 IBK기업은행이 아닌 다른 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면 심사에서 탈락했을 수 있습니다. 아직 정확히 나온 바는 아니지만 해당 직원이 면직처분을 받았다는 것은 대출 과정에서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는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으니까요.

IBK기업은행에서 벌어진 문제는 결국 은행 내부시스템을 더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금융은 '신뢰'를 먹고 자라납니다. 한번 잃어버린 신뢰는 회복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고 하죠. 이번 논란으로 IBK기업은행의 고객이 느꼈을 허탈감은 무척 컸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아가 지난 4년간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은행을 앞으로 계속 신뢰할 수 있을지 고민도 클 것입니다. IBK기업은행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철저히 점검하고 잘못된 부분에는 좌시하지 않는 단호한 모습을 보여 이번 일을 신뢰 회복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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