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해외 수주 '선방'···내친김에 300억 달러는?
코로나19 속 해외 수주 '선방'···내친김에 300억 달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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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수주액, 전년比 30% 증가한 178억달러
"기저효과에 따른 착시····수주 전략 다변화 필요"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5단계 전경.(사진=현대건설)
이란 사우스파 가스처리시설 4.5단계 전경.(사진=현대건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는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개선된 실적을 기록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보였다. 연간 300억달러의 목표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 국제유가 하락 등 여전히 불안 요소들이 많아 올해 역시 녹록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이날까지 누적된 해외건설 수주금액은 약 178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7억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30% 증가했다. 진출국가(91개국), 진출업체(307개) 수도 소폭 하락했지만, 기업 설립 이후 새롭게 진출한 사례는 38곳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특히 '수주 텃밭'인 중동에서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가스·정유·발전소 등 산업설비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날까지 총 81억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42억달러) 대비 약 2배에 가까운 수주고를 달성했다. 아시아에서는 산업설비 뿐만 아니라 토건사업 등 고른 수주 실적을 보이며 지난해 69억달러보다 11.6% 성장한 77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프리카(5.9억달러), 북미·태평양(3.7억달러)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난해보다 높은 실적을 보였다.

입국제한, 발주처 업무중단 등 어려운 상황 속 이같은 성과를 기록한 데에는 지난해부터 이월된 대규모 사업이 실적으로 반영되고, 기존 공사의 증액계약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산업설비 중심의 중동지역 수주가 회복세로 전환한 영향도 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2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하고 올해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선방한 결과"라며 "해외건설의 경우 한 건, 한 건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언제든지 상황은 반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외수주 300억달러 실현이 불가능하지 않다면서도 여전히 불안 요소들이 여럿 잠재하고 있다고 말한다. 먼저 올해 해외수주 실적 추이는 연초 대형 계약 건으로 재미를 본 뒤 하락하는 추세다. 수주액은 펜데믹 상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3월 18억30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4~5월 17억9000만~18억2500만달러 수준에서 6월 13억2500만달러, 7월 6억5400만달러 등 하반기 들어서면서 급격히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들어 10억달러 선을 회복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300억달러 회복까지는 거리가 멀다.

신규 계약 체결은 더욱 어려워졌다. 연초 60달러를 상회하던 국제유가는 현재 40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50선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 유가 하락은 물론 코로나19까지 장기화되며 중동 등 공사 발주량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올해 △사우디 자푸라 가스 프로젝트 △카타르 노스필드 가스 프로젝트 △아랍에미레이트 하일앤가샤 프로젝트 등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기대되지만, 상업입찰 일정이 연초부터 계속 지연된 데다 수주 예상 시기도 연말로 계획돼 연내 수주가 어려울 수 있다.

체결된 계약 관리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이라크 등지에서는 한화건설, 현대건설 등 대형사들이 운영하는 현장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하며 현장이 멈춰서는 곤란을 겪기도 했다. 또한 코로나19로 불거진 공사 지연 등의 피해도 우려된다. 코로나19와 같은 펜데믹 상황 발생은 매우 드물어 일반적인 해외건설 계약 시 '불가항력 조항'에 전염병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설상 포함됐다고 하더라도 대형 프로젝트를 발주하는 외국 정부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어렵다.

결국 정부도 지난 6월1000억달러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전 지원 및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역대 최대 규모 추경안 발표와 함께 국가 부채비율도 급증하자 이런 지원 정책이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 선임연구위원은 "연말께 유가가 일부 회복하고 코로나19 펜데믹 사태가 조금 사그라들면서 수주여건이 개선된다면 300억달러도 전혀 달성하지 못할 수치라고 보지 않는다"라면서도 "그러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위협을 무릅쓰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으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국내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마저도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위기에 놓여있는 것은 맞지만 진정한 해외수주의 회복을 위해서는 일부 시장 및 상품에 의존하고 실적만 쌓는 것이 아닌 근원적인 기술력을 키울 수 있는 전사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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