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저축은행, 올 상반기 실적 '선방'···"코로나19 장기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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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I, 자산 10조 돌파···OK·웰컴도 실적 상승
한신평·한기평 등 코로나 장기화 '경고음'
저축은행이 채용한 임직원 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주요 대형 저축은행들이 호실적을 거뒀다. 타 산업에 비해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은데다 되레 중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OK저축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96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455억원)보다 52% 증가했다. 순이익이 증가한 요인은 이자수익이다. OK저축은행은 상반기에만 4750억원의 이자수익을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3986억원)에 비해 19% 늘었다. 자산총액은 7조61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조2918억원)보다 4.3% 증가했다.

웰컴저축은행도 자산과 당기순이익이 증가세를 보였다. 당기순이익은 598억원, 총 자산은 3조5254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 14% 성장했다.

지난달 초 일찌감치 실적을 내놓은 SBI저축은행은 자산이 10조원을 돌파했다. 직전 분기에 9억3246억원을 기록한 후, 불과 3개월 만에 9.5% 증가한 10조2112억원을 나타낸 것. 당기순이익은 1336억원으로 전년 대비 22.7% 늘었다. 이는 작년 한 해 당기순이익 1882억원의 약 70%에 달하는 수치다.

이들 저축은행의 연체율도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다. 웰컴저축은행의 연체율은 지난해보다 0.3%포인트(p) 떨어진 3.16%였으며, SBI저축은행은 1.75%로 지난해 3.32%보다 1.57%p, OK저축은행의 경우 3.66%로 전년 4.28%에 비해 0.62%p 개선됐다. 당초 업계에서 코로나19 충격이 2분기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대형 저축은행들이 올 상반기 선방한 것은 시중은행 대비 높은 수신금리로 고객을 유치하는 동시에 이를 발판삼아 대출을 일으킨 결과다. 코로나19 여파로 중금리 시장 수요가 확대된 것도 호실적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호실적에 마냥 좋아하긴 힘든 처지다. 코로나19 충격이 아직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 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지며 건전성 지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우려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실제 신용평가사들은 저축은행 업계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물경기 침체를 위험 요소로 짚었다. 실물경기가 침체하면 부실여신이 증가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도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수록 저축은행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봤다. 

한신평 측은 "1금융권의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 인해서 여신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중소기업 고객의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의 대손비용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어 "대출만기 연장, 상환 유예 등 조치 역시 부실 후폭풍이 일시에 닥칠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이라고 내다봤다.

저축은행들도 내년 이후의 상황을 우려한다. 정부의 코로나 금융지원 정책으로 부실대출 파악이 미뤄진 데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잠재위험이 현실화될 시점을 내년으로 점치는 모양새다. 앞서 정부는 내년 3월까지 코로나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이자상환을 유예하기로 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경기악화로 차주의 상환능력이 떨어질 경우 자산건정성 관리 부담이 커질 것 같다"며 "급격하게 수익성이 낮아질 가능성은 적지만, 코로나 여파가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된다면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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