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으로 기울어진 '배터리 전쟁'···SK이노베이션의 선택은?
LG화학으로 기울어진 '배터리 전쟁'···SK이노베이션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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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C 조기패소 결정 뒤집힌 전례 없어···LG 제안 수용 가능성 대두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진=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진=SK이노베이션)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특허 소송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기패소(Default Judgement)에 이어 국내에서도 패소하면서 LG화학 측이 요구하는 배상금액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은 미국 ITC에 제기된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해 배상 협상을 진행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수천억원 대의 금액을 제안했지만 LG화학은 2조원 이상을 바라고 있어 사살상 중단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내외에서 제기된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은 잇따라 패소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LG화학의 배터리 기술을 빼낸 증거 등 3만4000건의 문서를 삭제했다는 이유 등으로 조기패소 판결을 받았다. ITC 조기패소 결정은 지금까지 뒤집힌 전례가 없다. 오는 10월 5일 쯤에는 ITC의 최종 결정이 나온다.

국내 재판에서도 SK이노베이션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0월 LG화학을 상대로 부제소 합의를 파기했다며 서웅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27일 "미국 특허가 양사의 부제소 합의에 포함돼있다고 볼 수 없다"며 패소 판결을 받았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미국 소송에 문제제기 할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합의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법적 분쟁 결과로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합의에 따른 배상금액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향후 미국 델라웨어 주 연방법원 영업비밀 소송 최종판결에 ITC 결정이 준용되면 SK이노베이션은 미국에 배터리 부품·소재를 수출할 수 없게 된다. 미국 조지아 주에 건설 중인 3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 가동도 중단된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미국 포드 전기트럭 배터리와 폭스바겐 전기차 배터리 공급 약속을 이행할 수 없어 위약금을 배상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포드와 폭스바겐은 ITC에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부품 수급을 방해하고 일자리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미국 공장에서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바꿔 말하면 배터리 공급 차질로 전기차 출고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SK이노베이션에 모든 책임을 묻겠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다.

일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 내 일자리와 전기차 산업 보호를 위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근 미국 내 배관난방 종사자 노조인 '유니온72'와 더그콜린스 조지아주 하원의원이 SK이노베이션 조지아 주 공장 건설 과정에 한국인을 불법 채용해 일자리를 뺏고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타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LG화학에 지급해야 할 특허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금액도 수조원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영업비밀 보호법은 손해배상 산정 시 실제 피해금액, 부당이득과 함께 미래가치까지 고려한다.

관련 특허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배터리를 생산하지 않는 한 다시 분쟁이 발생할 수 있어 전기차 업체들의 주문이 멈출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에 사활을 건 만큼 법률적 리스크를 해소하는 쪽으로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결국 LG화학이 제시하는 요구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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