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 '이상금리'에 당국 '당근책'···은행들 "효과보단 눈치싸움"
CD '이상금리'에 당국 '당근책'···은행들 "효과보단 눈치싸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표물 발행 부담→미발행→이상금리 '악순환'
금융위, CD금리 합리화 방안 발표···효과 '분분'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최근 금융위원회에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합리성 제고 방안'을 마련한 것을 두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 CD고시(91일물)금리가 CD유통금리 대비 과도하게 높은 이상현상이 최근 몇 개월간 이어지자 은행들의 CD지표물(91일물) 발행을 활성화시켜 이를 바로잡겠다는 게 당국의 계획이다.

업계는 당국의 CD금리 개선방안이 실제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그동안 CD지표물 발행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것은 은행들이 지표물 발행 자체를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다. 즉, 예대율 규제 완화 등 은행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 만으로는 시장 이상현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통해 CD금리 합리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해당 방안에는 △지표물 범위 확대(91일물→80~100일물) △실거래 기반 금리 산정 △예대율 산정시 지표물 우대 △지표물 발행시 머니마켓펀드(MMF) 규제 완화 △CD수익률 제출 증권사 콜참여 허용 등이 담겼다.

당국이 해당 방안을 마련한 것은 최근 CD금리 이상현상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최근 전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로 CD유통금리가 낮게 형성되고 있음에도 CD고시금리는 나홀로 높은 현상이 지속됐다. CD고시금리가 각종 CD연동 대출·파생상품(IRS)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지표'임에도 시장 상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 이달 7일 우리은행이 발행한 CD6개월물의 금리는 0.68%로 같은날 CD고시(91일물)금리 0.75%보다 7bp 낮았다. 통상 만기가 더 긴 채권은 변동성이 커 금리가 더 높기 마련이지만 이와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시장 이상현상은 투자자들의 유입을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되면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CD연동 대출과 파생상품을 이용하는 금융소비자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저금리 기조에도 CD고시금리가 높으니 CD연동 대출 차주들은 그만큼 더 많은 이자를 내야 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CD금리연동 대출 규모는 180조원에 달한다. 금리파생상품인 이자율스왑(IRS)도 거래 6300조원 중 상당 부분이 CD를 기준금리로 활용했다.

현재 금융당국은 이상현상의 원인을 은행들의 소극적인 CD지표물 발행에서 찾고있다. 은행들이 지표가 되는 CD91일물을 발행하지 않다 보니, 시장상황이 CD고시금리에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시중은행이 가장 최근 발행한 CD91일물은 지난 5월 19일 하나은행의 CD로, 금리는 1.02%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은행들이 CD91일물을 발행하지 않아 시장 왜곡이 발생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지만 은행들의 설명은 사뭇 다르다.

은행권은 현행 CD금리산정 체계 자체가 은행들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지표가 되는 CD91일물을 발행하는 것 자체로 시장의 주목을 받다 보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이미 CD고시금리가 유통금리보다 높게 형성돼 있어 은행들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조달비용을 높여가면서까지 CD91일물을 발행할 이유가 없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금은 이미 CD고시금리가 시장에 거래되는 금리를 못따라가고 있는 상황인데 만약 은행이 (고시금리보다) 훨씬 낮게 지표물을 찍으면 시장에서 크게 이슈가 될 수 있다"며 "금융기관들이 소위 말하는 몸을 사리는 일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91일물 발행을 안해서 금리가 높아진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발행을 하든 안하든 문제가 되니까 부담스러워서 못한 부분도 있다"며 "단순히 은행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과도하다. 시장이 왜곡될 때까지 은행에만 시장을 맡긴 것 자체에 정책적인 구멍이 없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지표물 발행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 당국에서 제시한 예대율·MMF 규제 완화 등의 유인책도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지표물 범위 확대 등의 보완 방안도 개선안에 포함됐지만 앞으로도 CD 발행에 신중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4,6개월물 발행은 많이 하니까 지표물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는 얘기는 꾸준히 나왔었고, 실제로 시장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CD가 바로 활성화되기보단 일단 은행들도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서로 눈치싸움 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